반반

by 야호너구리

N에게 간단하게 물어볼 것이 있어 연락했더니 결혼식에 못 가서 미안하다고 갑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나도 신경 안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이 회사를 관두고 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뭐 백수라길래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 급하게 잡은 약속으로 저녁에 치킨을 같이 뜯었다


언젠가 직업에 대한 고민 상담을 했을 때 나한테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으면 평생 그 고민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N이었다


덕분에 저주에 걸렸다고 욕을 오랜만에 퍼부었다 니 덕분에 아직도 괴로워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가가 다 됐다 사람은 자기 일을 해야 되고 누구 밑에서 일하면 내 맘대로 못해서 난 이제 못한다고 나이도 차서 딱히 누가 뽑아주지도 않는다고 그래서 다시 새로운 것을 준비 중이라고


원래 워낙 긍정적인 놈이라 망했다 라길래 진짜 망한 줄 알았는데 딱히 망하지도 않았다


웃긴 놈이야


그러더니 반반치킨에서 후라이드만 열심히 먹길래 이럴 거면 뭐하러 반반 시켰냐고 말하니깐


너 양념 반 나 후라이드 반이라는 미친 소리나 하고 있는 N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다만 집에 돌아오는 길 여전히 흔들리는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내 모습이 평소보다 조금 더 지루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망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게 조금 쓸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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