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은 늘 바쁘다
인사팀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신 인사팀이 바쁘다는 얘기만 들렸다. 요즘 연말이라 그렇다고 했다. 평가 시즌이고, 연봉 협상이고, 계약 갱신도 몰려 있다고 했다. 누군가의 퇴사는 그 와중에 끼워넣기엔 조금 애매한 업무처럼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팀 사람을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 사람이 내 사직서를 알고 있을지, 아니면 아직 보지도 못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굳이 확인받고 싶지 않았다. 확인받는 순간, 이 상태가 끝날 것 같아서.
사직서를 낸 사람은 이상한 감각을 갖게 된다.
존재하지만, 동시에 유예된 느낌. 회사 시스템 어딘가에는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사람들의 말과 행동 속에서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 마치 업데이트가 덜 된 프로그램처럼.
업무 요청은 계속 들어왔다. 급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 미뤄도 될 만큼 여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요청을 받았고, 처리했다. 사직서를 냈다는 사실이 업무 속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꼼꼼해졌다. 혹시라도 나중에 “그래서 일은 대충 하다 나갔다”는 말이 남을까 봐. 아직 나가지도 않았는데, 이미 나간 사람 취급을 스스로 경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동료가 말했다.
“요즘 인사팀 정신없대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 혼잡함 속에 내 사직서도 섞여 있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하지만 그건 내 추측일 뿐이었다. 실제로는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직서를 냈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할 일 목록에 추가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목록은 늘 넘친다. 급한 것, 중요한 것, 당장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위에 쌓인다. 사직서는 이상하게도 늘 중간쯤에 걸린다. 급하지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가볍지도 않은 위치.
퇴근 무렵, 메일함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조용했다. 인사팀은 오늘도 바빴을 것이다. 누군가의 연봉을 계산했고, 누군가의 계약을 정리했고, 누군가의 입사를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의 퇴사는, 내일로 미뤄도 되는 일처럼 남아 있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혹시 이 회사에서는, 나 말고도 사직서를 낸 사람들이 이렇게 하루 이틀을 더 버텼을까. 아니면 나만 유난히 이 경계에서 오래 서 있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회사는 개인의 결단보다 항상 조금 느리다는 사실이었다.
이 세계에서 퇴사는,
의지를 표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처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절차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아직,
처리 대기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