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퇴사하지 않는 회사
이 회사에서는 퇴사한 사람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한다.
이직했다는 말은 가끔 나오지만, 마지막 날에 대한 기억은 잘 공유되지 않는다. 송별회도 드물고, 인수인계가 끝났다는 얘기도 잘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는 사라지는데, 공식적인 작별은 없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직서를 냈다는 말을 꺼내도 반응은 비슷하다.
“아, 그렇구나.”
그 다음 말은 없다. 언제 나가는지,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그 말은 대화의 끝이 아니라, 잠시 멈춤에 가깝다. 마치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는 듯이.
이곳에서는 퇴사가 사건이 되지 않는다.
사건이 되려면 누군가의 일정이 바뀌어야 하고, 책임이 이동해야 하고, 자리가 비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 단계를 서두르지 않는다. 일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느려질 뿐, 멈추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아 있는 쪽을 택한다.
떠나지 않기로 결심해서라기보다는, 떠나는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서. 사직서를 냈지만, 퇴사자가 되지 못한 상태. 그 상태가 길어지면, 스스로도 헷갈린다. 아직 직원인지, 이미 나간 사람인지.
사무실을 둘러보면 비슷한 얼굴들이 많다.
예전에 이직 준비를 한다던 사람, 퇴사할 수도 있다고 말하던 사람, 다음 기회를 보겠다고 하던 사람들. 다들 아직 여기 있다. 책상 위치도, 역할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표정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다. 기대가 줄고, 체념이 늘어난 쪽으로.
이 회사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그렇다고 놓아주지도 않는다.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설득을 하지도 않고, 절차를 빠르게 밟아주지도 않는다. 중간 지점에 그대로 둔다. 그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듯이.
그러다 보면, 퇴사는 점점 개인적인 환상이 된다.
언젠가의 계획, 아직 오지 않은 날. 현실에서는 아무도 퇴사하지 않는다. 다만 사직서를 썼다가, 메일함에 남겨두고, 다시 출근한다. 그 반복이 회사의 리듬이 된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사직서를 낸 상태로, 아무도 퇴사하지 않는 회사에. 이곳에서는 나가는 사람보다, 나가려고 했던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그 둘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는 퇴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미뤄질 뿐이다.
그리고 그 미뤄짐이,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