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도착했다는 이야기
그날은 아침부터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사팀에서 연락 갔대.” 누구에게 갔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퇴사자라는 말도, 내 이름도 직접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그 말 한마디가 사무실 공기를 조금 흔들어놓았다.
나는 모니터를 보다가 잠깐 손을 멈췄다.
혹시 나일까. 드디어 사직서가 처리된 걸까. 아니면 다음 사람이 정해졌다는 뜻일까. 생각은 빠르게 앞질러 갔다. 인수인계 일정, 마지막 출근일, 그동안 미뤄둔 정리들. 머릿속에서 열차가 이미 도착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심 무렵에는 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이번 주 안에 정리될 수도 있대.”
정리라는 단어는 늘 편리하다. 해고도, 퇴사도, 보류도 다 그 안에 들어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면 오보가 사실이 될 것 같아서.
메일함을 여러 번 확인했다.
새 메일은 없었다. 스팸만 몇 개 들어와 있었다. 사직의 건이라는 제목은 여전히 조용했다. 전광판만 계속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곧 도착이라는 문구가 계속 바뀌는데, 열차는 보이지 않는 상태.
오후가 되자,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아직 확정은 아니래.”
“윗선에서 좀 더 봐야 한대.”
말은 다시 뒤로 물러섰다. 아침에 생겼던 기대는 설명 없이 사라졌다. 아무도 처음 그 말을 꺼낸 사람을 찾지 않았다. 오보는 늘 그렇게 사라진다. 책임질 사람이 없어서.
나는 다시 일을 했다.
오보를 들은 사람의 일상은, 오보를 듣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서를 열고, 메일을 보내고, 회의에 들어갔다. 다만 마음속 어딘가가 조금 헐거워졌다. 이미 한 번 떠날 준비를 했던 상태라서, 다시 조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퇴근길에 전광판을 봤다.
지하철은 정상 운행 중이었다. 도착 예정 시간은 몇 분 뒤로 밀려 있었다. 사람들은 별다른 표정 없이 줄을 섰다. 오보 따위에는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집에 와서 다시 메일함을 열어봤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열차는 도착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도착 예정이었던 적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냥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이 세계에서는 열차가 도착했다는 소문이 먼저 돈다.
그 소문에 사람들은 잠깐 가방을 챙기고,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다 다시 내려놓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반복이 사람을 조금씩 닳게 만든다.
나는 아직 환승역에 있다.
오늘도 오보 하나를 통과했다.
열차는 오지 않았고,
기다림만 조금 더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