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출판을 했다

by 야호너구리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말은 오래 했는데, 그 말은 늘 다음으로 미뤄졌다. 기다리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스스로 진행했다. 자가출판이라는 단어는 멋있게 들리는데, 실제로는 확인하고 입력하고 다시 확인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캔바로 표지를 만들었다. 글씨를 조금 줄이고, 조금 올리고, 다시 조금 내렸다. 배경색이 너무 따뜻해 보이면 바꾸고, 너무 차가워 보이면 또 바꿨다. 제목이 잘 보이는지보다, 제목이 너무 잘 보이지 않는지가 더 신경 쓰였다. 표지가 예쁘면 책이 가벼워 보일까 봐. 반대로 너무 비면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보일까 봐. 그 사이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원고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했다. 몇 개는 남기고 몇 개는 뺐다.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을 바로 붙이고 싶었는데, 현실은 중간에서 계속 끊겼다. 파일명에 최종이 붙었다가 다시 최종2가 됐다. 표제작 제목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가 결국 맨 뒤로 보냈다. 쓰는 일보다 정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 날도 있었다. 그래도 준비하는 동안은 분주했다. 해야 할 일이 계속 생겼고, 그게 나를 움직이게 했다.


살면서 끝까지 이룬 게 별로 없었다. 중간에 그만둔 것들이 더 많다. 주변의 시선이나 압박 때문에 못 한 것도 있었고, 그냥 내가 싫어서 놓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글쓰기는 내 삶이랑 다른 세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가 점수를 매기지 않고, 누가 내 성과를 정리해주지도 않는다. 현실에서는 아무도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게 편했다.


책이 나오고 나니 목표 하나가 끝난 느낌이 들었다. 무슨 감격 같은 건 없고, 오래 미뤄둔 일을 처리한 느낌에 가깝다. 그런데 처리하고 나면 남는 자리가 있다. 마감이 끝난 다음 날처럼. 손이 멈추니까 머리가 먼저 빈다.

제일 걱정되는 건 판매부수다. 팔리든 안 팔리든, 내가 그 숫자만 보고 있을까 봐 걱정된다. 안 보겠다고 해도 결국 볼 것 같다. 속물이고 세속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다른 걸 하나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이 거기에만 붙지 않게.


구매 링크는 아래에 남긴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7619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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