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메타버스로 출근합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활용하여 교육을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학습자 전원이 모여 메타버스 사용 방법을 소개하고 교육이 끝날 때,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회사 로고와 함께 정성스럽게 중앙 로비를 만들었다. 메타버스를 처음 사용하는 학습자들이 메타버스 기능이나 아바타 이모지(감정, 반응 표시 이모티콘) 버튼을 눌러보던 중, 참석자 중 누군가가 로비의 교육과정 로고를 삭제했다. 로고는 이미지로 만든 오브젝트였는데, 참석자가 로고 오브젝트를 삭제한 것이다. 로고를 지운 사람은 어쩔 줄 몰라 했고, 담당자인 나 또한 당황했다.
웃으며 안된다고 로고를 다시 돌려 달라고 이야기했더니 몇분 후, 지운 당사자는 삐뚤삐뚤 손 글씨로 그린 로고 오브젝트를 업데이트를 했는데 그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폭소했다.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우연적 사건이 언택트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참여자 모두 마음이 열리며 이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억이 난다. 언택트에서 즐거운 만남과 밀도 있는 소통, 의미 있는 인사이트가 오가는 시간이었다.
과정이 끝난 후, 학습자들이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언택트로 진행되는 과정이 과연 얼마나 유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포함한 다양한 협업 도구와 참신한 교육 방법들을 통해 언택트지만 실제 만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았습니다. 언택트로도 이렇게 많이 이야기하고 스스로 성찰하는 교육이 가능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특히 메타버스는 온라인 협업 도구로써 정말 잘 개발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대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니 대면인 것처럼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메타버스 활동으로 마치 직접 움직이며 조별 미션을 하는 느낌이어서 너무 흥미롭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워크샵과 연계한 메타버스 도입이 열풍이다. 정부 부처, 기업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나 워크샵 모두 가리지 않고 메타버스로 뛰어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메타버스를 도입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했다는 내용은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모 정부 부처 간담회에서 스마트폰으로만 접속 가능한 이프랜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메타버스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의 특징은 1) 3D아바타를 설정해 스마트폰으로 접속 2) PDF 파일, 영상 파일 재생가능 3) 채팅은 불가하며 음성과 이모티콘으로 의사표현 가능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Zoom으로 서로 얼굴을 보고 진행하던 간담회에서 3D 아바타로 진행되는 메타버스 간담회로 바꾸어 진행했다는 차이다. 메타버스가 주는 경험 자체가 참석자들에게 참신하고, 새로운 경험을 부여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을 수 있으나, 그 외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Zoom에서 활용 가능하던 PPT 자료 공유나 사이트 링크의 공유는 불가하고 언택트의 주요 소통 채널인 텍스트 채팅은 아예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PC 대신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며 휴대성이나 접근성은 좋아졌을지 모르나 참석자의 몰입도는 그만큼 높아졌을 지 의문이다.
해당 행사나 기획을 판단하거나 평가절하 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적용할 때, 얻게 되는 이점과 잃게 되는 단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기획했는지, 각 플랫폼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언택트 상황에서 학습자들이 몰입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고려하고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했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의 진정한 힘은 확장성에 있다. 플랫폼마다 기능은 다르지만, 게더타운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메타버스 자체에서 주는 소통의 다양성, 실제감과 학습자 중심 패러다임 등의 강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오브젝트와 연결하여 외부 미디어와 링크를 통해 무한한 세계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Part 5에서 살펴보았던 언택트 멀티모달(소통 채널)의 요소들을 메타버스에서 그대로 연결 가능하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조별 미션활동을 진행하는데, 맵 구석구석의 오브젝트에 온라인 학습도구를 활용한 링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로비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패들릿과 연결하여 자기 소개를 작성하는 미션을 부여하고, 교육장에 있는 칠판에는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하여 참석자 전원 강점 리스트를 연결하여 가장 많은 수의 강점 테마가 무엇인지 맞춰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메타버스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참석자 네트워킹이나 조별 미션활동, 퀴즈, 사전 질문, 영상 큐레이션, 간접 산책 등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활동 뿐 아니라, 메타버스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도 기획 가능하다. 참석자들의 특별한 경험을 디자인 할 수 있다.
주위 지인들이 메타버스 교육 적용이나 기획에 대해 물어올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저는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 도입여부가 아니라 활용이라 생각합니다’ 즉, 급한 마음에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언택트 상황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포인트는 무엇이고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후 최적의 선택들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미디어 및 소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해봤다가 아니라, 메타버스를 왜 적용해야 하고 이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사전에 정의한 후 경험 디자인을 적용했을 때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메타버스가 학습자 경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양한 소통 방법 및 소스, 툴의 적용이 가능하고 언택트 러닝의 가장 아쉬운 점인 우연적 만남과 그로 인한 경험과 지식의 공유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채우는 플랫폼이자 소통 방식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진짜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프라인에서 가까이 오면 얼굴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고 멀어지면 들리지 않는 것과 같은 물리적 환경이 구현 가능한 플랫폼이 많다. 또한 우연적인 만남과 경험의 공유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일어나도록 기획자가 디자인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한 프로그램에서 메타버스’만’을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소통채널과 미디어 활용에는 강점이 있지만, 참석자를 주의 집중시키거나 인솔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참석자의 PC 사양이 달라서 접속에 어려움을 겪거나 네트워크 서비스 환경이 불안정한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만약 이틀 16시간 과정을 진행한다면, 16시간을 모두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강의 위주 모듈은 Zoom에서 진행하고 조별 미션 활동이나 랜선 회식은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 메타버스의 활용 방법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