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여자가 셋이다. 엄마인 나, 27개월 첫째, 인생 2개월 차 둘째. 세 여자 모두 배가 고프다. 점심 먹을 시간이다.
둘째가 바운서에서 얼마간 혼자 있어주는 동안 나는 부리나케 국 공기에 밥, 된장국 야채, 시금치나물, 멸치를 때려 넣고 고추장, 참기름을 쪼르륵한다. 아기 식판에 미리 만들어 둔 두부, 양배추, 김, 밥을 퍼 넣기도 잊지 않는다.
아기 책상 좁은 쪽에 나의 비빔밥이 들어있는 국그릇, 넓은 쪽에 아기 식판을 내려놓고 물컵 2개도 놓는다. 여기까지 오기도 험난했다. 첫째의 보채기 "엄마 책 읽어줘"와 둘째의 "응애응애(기저귀)"에 대응해 가며 밥 먹을 준비를 마쳤다.
이제 실전이다. 둘째가 바운서에 순순히 있기 싫다 한다. 둘째를 안고 수유복을 열어 젖이 차 있는 오른쪽 가슴을 내민다. 다행히 잘 먹어준다. 수유쿠션에 누운 둘째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받쳐 감싸고, 왼손으로 내 밥 한 입씩 어눌하게 퍼먹으며 첫째 밥을 챙긴다.
밥을 푸는 왼손이 너무 어눌하다. 쉬지 않고 준비했는데도 이렇게 불편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는 억울함이 목구멍으로 울컥 차오른다.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원망을 택하도록 나를 좌절시키려는 온갖 요건들에 맞선다.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이다.
냠냠 품에 안겨 젖을 먹고 반찬 투정을 하는 아기들은 금세 커서 내 곁을 떠나갈 테니. 그때가 오면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그리울지.
세 여자의 점심시간은 매우 정신없고 고생스러웠으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