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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달 May 10. 2023

아무것도 할 시간이 없는, 인생의 황금기


30개월 아기와 5개월 아기, 그리고 엄마가 한 집에서 24시간 복닥복닥 붙어 지낸다. 엄마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모든 것은 대개 생각에 그치고 만다. 첫째 응가한 걸 치워주고 나면 둘째가 안아 달라고 울고, 둘째가 젖 먹고 나른해서 잠들 즈음이면 첫째가 병원놀이 하자고 진찰 가방과 인형들을 갖고 온다. 두 아이와의 시간에 흠뻑 잠기다 보면 창밖이 어둑해진다. 생각했던 뭔가를 해낼 시간 따위는 없다.

이따금 두 아이가 동시에 낮잠을 자기도 한다. 오.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5분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던 나는, 예상치 못했던 1시간의 자유시간을 대자로 뻗거나 새우처럼 옆으로 구부린 자세로 눈을 감은 채 보낸다. 모래사장의 진주 같은 이 시간은 대개 버스가 정거장을 스쳐 지나가듯이 내 곁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간다.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에는,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시간이 있으면 에너지가 없다.

이따금 시간도 있고 에너지도 넉넉한 날이 있다. 지금처럼. 남편이나 부모님이 곁에 계셔주시거나, 외출했는데 모처럼 둘째가 유모차에서 낮잠을 자고 첫째는 아빠와 노는, 내게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귀한 시간이다. 나는 훔친 것 같은 이 시간에 비로소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영상을 만든다. 내 몸과 마음에 다시 아이들을 가득 담을 힘을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찾은 예쁜 조개껍데기처럼 드물게 찾아오는 '자유 시간'을 누리는 나는, 눈과 손, 귀에 오직 아이들의 모습과 필요가 가득한 내 일상 또한 사랑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좀처럼 없는 날들, 기저귀 갈고 그릇 닦고 양파 까고 감자 깎아 국 끓이다가 잠드는 하루하루는 바로 얼마 후 아이들이 자라면 금세 그리워질 내 인생의 황금기이기도 하니까.


밥 해서 먹이고 돌아서면 밥 차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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