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악마, 그리고 글쓰는 나
때때로 악마는 인간에게, 예수님이 하시는 것과 같은 말을 한다. 자아를 내려놓으라고. 그러나 두 영적인 존재가 지시하는 바는 그 방향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예수님은 인간을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하게 진심으로 좋아하셔서, 아집과 이기심을 내려놓는 훈련을 시키신다. 그 후에는 각자의 개성을 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려주신다.
그러나 악마에게 인간은 먹잇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악마는 인간이 자기의 취향과 재능을 완전히 잃어버리도록 유도한다. 무조건 유행을 따르게 하고 자기의 재능은 폄하하도록 한다.
악마는 나에게, 나의 글쓰기 재능은 별 볼 일 없는 거라 낮추어 생각하는 것이 겸손이라고 속삭인다. 그러니 무조건 열심히, 죽도록 열심히 글쓰기에 몰두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쓰라고 부추긴다. 나의 취향은 되도록 묻어두고 대중적인 글을 써서 많이 읽히는 글을 쓰는 게 상책이라고 옆구리를 찌른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에게, 네가 지금 쓰는 글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물으신다. 너에게 맡긴 글쓰기라는 은사로, 세상이 요구하는 글을 쓰지 말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하루하루 일상 가운데서 영적 싸움을 싸워 나가는 이야기를 기록해 달라고 하신다.
2023.9.3.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