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선포: 한 놈도 빠짐없이 썩 물러갈지어다.
귀신들아 너희는 우리 아빠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아빠가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다면? 오랜 시간, 거의 평생을 아빠를 끌고 다니며 괴롭히고 여기저기 메다 꽂히게 한 악령들은 약이 바짝 오르겠지. 이윽고 아빠에게, 혹은 나나 내 가족들에게 공격을 가해 올 것이 예상된다. 그에 대비하여 기도를 저축해 두어야겠다.
어쩐지 얼마 전부터 주방에 서서 자꾸만 대적 기도를 하게 된다. 악한 영 귀신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썩 물러가라고. 또 하나님께 간구함을 쌓는다. 하나님의 천사들을 보내셔서 우리 아빠를 엄호해 달라고.
지난 추석 때 가 본 아빠의 커다랗고 허전한 집에서는 귀신들이 마음 놓고 지내는 것 같았다. 내가 아빠한테 브리지 전도 종이를 펼쳐 내미니 아빠는 듣기는 하였지만 영접 기도는 따라 할 수 없다고 그랬다.
사실 종이를 펴 놓고 설명할 공간이 없기도 하였다. 할머니와 둘이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빠 혼자 살게 된 아빠의 34평짜리 집. 이미 6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쓰시던 옷과 이불, 잡동사니들, 할머니 보시라고 작은 엄마, 큰 엄마, 고모들이 갖다 놓은 손주 사진, 가족사진들까지 모든 물건이 위치 하나 바뀌지 않고 모든 것이 6년 전 그대로 놓여 있는 아빠의 공간. 아니, 악령들의 아지트. 모든 물건과 사진 위로 6년 묵은 때가 촘촘하게도 쌓여있다. 아빠는 여기 들어와서 어떻게 사는 거지. 매일같이 아빠네 집에 귀신들이 숨어 들어오는 게, 침입하는 게 아니라, 악령들이 점령하여 이미 쑥대밭 폐허로 만든 집에 퇴근한 아빠가 날마다 쭈그리고 들어가서 귀신들 눈치 보며 죽은 듯이 있다가 나오는 것 같다.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겠다는 거짓말로, 이번엔 진짜라는 유혹으로, 한 방 역전을 해야 아내도 되찾고 자식들한테도 어깨 펼 수 있다는 말로 사탄은 아빠가 언제든지 헛것을 좇게 만들어 왔다. 지금 아빠의 내면에는 아주 강력한 무기력이 짙은 안개처럼 자욱하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너무 힘들잖아. 집은 좀 있다가 치울게. 좀 있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믿을게.
사탄에게 아빠는 어떤 먹잇감일까? 이미 자신들의 밥이라 확신하여 놓칠 걱정도 안 하고 있는 대상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지금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결말은 이미 하나님의 승리이다. 십자가 진리로 악에 대항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나는 주방과 거실에서 대적 기도를 외치며 우리 아빠를 지킨다. 사탄이 제아무리 끈질겨도 하나님의 사랑은 못 끊는다.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 누가 진짜 아빠를 위하고 사랑하는지 두고 보자. 악한 영들의 궤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갈지어다. 아빠네 집을 차지하고 들어차 있는 너희 귀신 군대들아.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너희는 무저갱으로 들어갈지어다. 한 놈도 빠짐없이 무저갱으로 들어갈지어다.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얻지 못하고 이에 가로되 내가 나온 내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와 보니 그 집이 비고 소제되고 수리되었거늘 이에 가서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하게 되느니라 이 악한 세대가 또한 이렇게 되리라
마태복음 12:43-45 KRV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얻지 못하고 이에 가로되 내가 나온 내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와 보니 그 집이 소제되고 수리되었거늘 이에 가서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 심하게 되느니라
누가복음 11:24-26 KRV
이 같은 일이 아빠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기도로 아빠가 피할 요새를 짓는다. 하나님이 나의 쌓인 기도를 듣고 아빠를 위한 단단한 기도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게 해 주실 줄 믿는다. 또 귀신들을 물리칠 천사들을 보내어 아빠를 엄호해 주실 것을 믿는다.
2023.11.24.금 추가
한홍 목사님의 에스더 마지막 설교를 들으니, 하나님께서 지켜주세요 라고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싸워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홍해 앞에서 좌절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너희는 가만히 있어 주가 주 되심을 알지어다' 라고 하셨지만, 오늘 나에게는 에스더와 그 민족들에게 주셨던 마음을 주신다. 가만히 있지 말고, 악에 대항하라. 십자가 진리의 말씀, 성령의 검을 들고 싸울 힘과 권한을 오늘 주셨다.
유대인을 멸절시키려던 하만의 계략이 담긴 '유대인 말살 실행'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혔다. 왕의 옥쇄가 찍힌 조서를 철회한다는 것은 신적인 권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고민하던 왕은 해당 조서를 철회하는 대신에 새로운 조서를 내린다. 유대인은 누구든지 유대인을 멸절시키려하는 자에 대항하여 그를 공격하고 살륙하고 그의 소유를 탈취해도 된다는 조서다. 유대인은 단순히 살륙 계획에서 안전해진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스스로를 지키고 도리어 상대를 제압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