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8일 화요일
반셀프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직영 공사) 결정하고 준비한 지 어언 두 달째다. 내가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이따금 엄습했다. 후기를 찾아 읽고 공부하면 할수록,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 집을 직접 바꿔간다는 뿌듯함에서 기대가 나왔고, 모든 과정과 결과(때론 하자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까지)의 책임이 고스란히 나한테 있다는 부담감에서 걱정이 나왔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은근슬쩍 어디엔가 기대고 싶기도 했다. 공사에 하자가 생길 경우 책임져 줄 감리자 같은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해줬으면 했다. 턴키로 갈아탈까? 아파트 단톡방에 추천한다고 올라왔던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을 해 보았다. 아기가 잘 때까지 기다렸다 아기 낮잠 시간에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통화했다.
"안녕하세요~ 10월 말에 주방 리모델링 준비하는 애기 엄마인데요. 34평 판상형 구조 아파트 살고 있어요. 이렇게 한 달 전에도 계약과 진행이 가능한지, 견적과 같이 문의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네. 어떤 공사 생각하고 계신가요?"
"현재 주방 가구를 모두 철거하고 구조를 바꾸려고 해요. 이케아 주방을 할 거라서 플래닝 받고 구조 짜고 있는데요. 이케아랑 연락은 제가 할 거고요. 업체를 통해 철거, 도배, 마루 땜빵, 전기와 조명, 타일 작업 등이 필요하네요."
"네. 제가 뭐 숨기는 거 없이, 견적 대략 얼마 나올지 말씀해드릴게요."
나는 숨죽이고 들으며 볼펜 잡은 손을 빈 종이 위로 바쁘게 놀렸다. 그는 한껏 여유롭고 기분 좋은 목소리로 비용을 읊기 시작했다.
"일단 철거하는데 폐기 비용만 18~20만 원 드는데, 철거 전문인 불러서 진행하려면 40만 원은 들고요. 혹시 타일도 철거하시나요?
"타일도 떼야죠."
"그러면 10만 원 더 추가됩니다."
(반셀프로 진행한 결과, 가구는 당근 마켓 나눔을 통해서 철거, 타일은 셀프로 철거해서 철거 비용이 0원이었다.)
"도배는 거실까지 같이 하시는 거죠?"
"아 거실까지 같이 해야 하나요? 저는 주방만 다시 하려고 했어요"
"손님이 원하시면 그렇게 해드리는데, 주방과 거실 벽이 이어져있기 때문에 이색이 생길 수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거실과 주방 같이 하는 걸로 알려주세요."
주방과 거실이 한 실로 이어져있는 우리 집 구조상 도배도 두 곳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걸 업체와 통화하면서 배웠다.
"네. 그렇게 하시면 천장까지 다 하려면 사람이 2명은 와야 하니까 인당 27만 원 잡으면 인건비 54만 원이고요. 자재비는 실크 벽지 기준으로 주방만 하신다고 하면 62에서 65만 원 정도 들고, 거실까지 하신다면 150~180만 원 정도 듭니다. 대신 거실은 소파 정도만 빼고 다 치워 놓으셔야 해요. 저희는 소파 보양 정도만 합니다."
(반셀프: 도배 업체에 직접 연락하여 진행한 결과, 자재비와 인건비(2인)를 포함해 주방과 거실 통째 합지로 도배하는 데 총 65만 원을 지불했다. 실제 벽지 자재비는 10만 원 안팎일 텐데, 수십만 원이라는 자재비 견적은 어찌 보면 '눈탱이'다.)
"그렇군요."
"또 장을 철거하고 나면 마루가 비는 부분이 생겨요. 그런 이색 부분을 처리하는 데, 자재비랑 인건비 포함 45만 원 정도 들고요."
냉장고 붙박이장처럼 바닥에 닿아 있는 장을 철거하면 마루 땜빵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이 부분도 업체와 통화하면서 배웠다.
(셀프로 마루 보수: 신랑이 마루 조각(10.8만 원)과 메꾸미(1만 원 이내)를 사서 직접 보수하여 11.8만 원이 들었다.)
"네."
"구조 바꾸면서 전선 재배치하는 전기 작업과 조명 설치 작업도 40만 원 정도 듭니다. 등 가격 빼고요"
(등 가격을 포함하면 수십만 원이 더 들 것이다. 우리 집 직영공사는 전기조명 전문가 인건비 35만 원, 인터넷으로 찾아서 직접 주문한 조명과 등기구 값 약 25만 원으로 총 60만 원에 전기, 조명 공정을 마쳤다.)
"잘 듣고 있습니다. 아까 철거하는 것에 가스 배관 철거 비용도 포함인가요?"
"아니요. 가스배관 철거는 전문 인력이 해야 하기 때문에 12~15만 원 정도 들 텐데, 그건 고객님이 알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타일은 붙이는 면적이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는데 보통 34평형 주방에서는 600x600 타일 8~9박스 쓰고요. 한 박스에 4만 원 정도 하니, 자재비는 36만 원 정도 들겠네요. 거기에 인건비는 교통비랑 밥 포함 40만 원 정도 들고요."
(우리 집 주방은 타일 시공 면적이 넓지 않은 편이다. 공장에서 타일을 사고 인력도 직접 섭외했기 때문에, 자재비 18.5만 원, 인건비 20만 원 도합 38.5만 원이 들었다.)
나는 금액에 밑줄을 그어봤다. 철거(50), 도배(220), 마루 땜빵(45), 등 미포함 전기조명(40), 타일(76). 지금까지 들은 금액만 431만 원이었다. 머리가 띵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엘리베이터나 소파, 바닥 보양 같은 거 하는 보양 작업비 20만 원에다가 제가 작업 팀 꾸리고 소개하고 일정 조율하고 하는 비용, 일종의 소개비죠. 그게 교통 마진 포함해서 70~80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대략 500만 원이 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가전 구입과 이케아 가구 관련 사항 일체, 후드 설치, 가스배관 철거 등은 고객님이 하시는 거고요."
리모델링을 생각하며 신랑과 합의한 예산은 1천만 원(최대 1500만 원)이었다. 안방 붙박이장은 E0, SE0로 알아보니 200만 원 중반이었다. 이케아 가구는 500만 원 안팎일 것이고 인덕션과 식기 세척기, 싱크볼과 후드를 사는 데만 최소 300만 원이 든다. 거기에 업체가 이야기한 500만 원이 더해지면 1500만 원이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최대 예산에 다다르는 것은 곤란하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1500만 원이면 실제로는 2천만 원이 넘을 가능성도 높다. 업체와의 통화 이후 나는 턴키로 진행할까 했던 마음을 단번에 접어버렸다.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껴보자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