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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달 솔방울 Jan 04. 2024

꽃무늬 냉장고의 변신

냉장고를 리폼하는 두 가지 방법


  우리 집 주방에는 냉장고가 두 개다. 하나는 시부모님께 물려받은 양문형 냉장고, 또 하나는 친정 엄마한테 물려받은 뚜껑형 김치 냉장고. 두 냉장고는 모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꽃무늬'를 전면에 새기고 있었다.

  시부모님이 20년 남짓 쓰시던 대용량 양문 냉장고가 탁송되어 오던 날, 깔끔 대장 신랑은 냉장고 내부 칸막이와 선반 따위를 모조리 꺼내어 욕조에 담가 묵은 때를 박박 벗겨냈다. 김치냉장고가 오던 날엔 그 깊은 내부까지 말끔히 닦아내 준 고마운 남편이다.

  양문형 냉장고는 용량이 커서 속이 다 시원했고 2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쌩쌩하게 작동했다. 김치냉장고도 마찬가지. 냉장고들의 모든 것이 흐뭇하였으니,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오로지 전면의 꽃무늬뿐이었다.


  냉장고를 리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테리어 필름이라고도 하는 시트지를 붙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인테리어용 수성 페인트로 슥슥 칠하는 방법이다.

  시트지(인테리어 필름)는 방수가 된다. 후에 국물이나 음료 등이 튀어 오염돼도 슥슥 닦아내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공 과정에서 흡, 흡숨을 참아가며 정교한 집중력과 손길을 요구하는 순간이 많아 다소 까다롭다.

  인테리어용 수성 페인트는 굳은 뒤에 떨어지거나 지워낼 수 있어서 '안되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기 좋다. 여러 번 덧칠하며 완성해 가는 채색이므로 처음부터 완벽하게 칠해야한다는 부담이 없다. 초보자 입맛에 제격이다.

  단, 주변에 페인트가 묻지 않게 마스킹하는 작업이 귀찮다. 수성이라서 나중에 뭐가 묻어도 물 묻은 수건이나 걸레로 맘 편히 닦을 수 없다는 점도 불편하다.




인테리어 필름으로 양문형 냉장고 리폼하기

  곰손(혹은 똥손)을 가진 인간으로서 오로지 비용절감과 만족감을 꿈꾸며 두 냉장고를 직접 리폼해 본 결과, 시트지 너비를 좁게 써도 되는 길쭉한 양문형 냉장고는 초보자로서도 시트지 시공을 할만했다.

시공 전, 시공 시작
반쪽 시공, 시공 완료 직후

  유튜브로 찾아보니 필름, 시트지 시공 전문가는 가로 방향으로 '헤라'라는 긁개를 슥슥 문질러가며 순식간에 리폼을 완료하였다.

  그러나 초보자인 나는 헤라가로가 아닌 세로 방향으로 기포를 제거해 가며 조금씩 조금씩 꼼꼼히 붙이며 내려오려 애썼다.

  유튜브에서 보던 전문가의 영상에 비하면 시간도 훨씬  오래 걸렸고 가까이서 보면 작은 기포도 많이 남았지만, 처음 해보는 것 치고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인테리어 페인트로 김치냉장고 리폼하기

  시트지 너비를 넓게 써야 하는 뚜껑형 김치냉장고의 경우 숙련된 전문가의 솜씨를 요한다.

  나는 곰손으로 김치 냉장고 앞면에 시트지를 시공하려다가 두 번이나 시트지값을 날리고 말았다. 우글우글 와글와글 마음대로 솟아나는 기포들과 함께.

시트지 실패 기록

  손 놓고 있던 꽃무늬 김치 냉장고 리폼에 다시 도전한 것은 '인테리어용 페인트'의 존재를 접한 다음이다.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나는 주저 없이 우리 집 주방에 어울리는 '흰색'을 주문했다.

  첫째가 잠든 밤, 준비물들을 펼쳐놓은 나는 뱃속 둘째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트레이에 정량만큼의 페인트를 붓고, 롤러를 페인트에 흠뻑 적신 뒤 '가볍고도 과감하게' W자를 그린다. 인테리어 페인트는 할 때마다 진하게 칠해서 한방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고 옅게 여러 번 덧칠해서 채색을 완성하라고 권한다.

참고: 김치 냉장고 페인트칠 자세한 과정 기록

페인트칠로 리폼 성공!

  페인트칠한 김치냉장고 표면은 1년 반 가까이 짱짱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페인트 칠한 면에 김칫 국물 따위가 튀었을 때 물티슈로 가볍게 슥슥 닦는 정도는 칠이 벗겨지지 않고 괜찮다.




시트지 시공한 양문형 냉장고, 페인트 도포한 김치 냉장고

  꽃무늬 냉장고들이 변신했다. 셀프 리폼이 보다 덜 성공적이었다면 신랑과 의기투합하여 이참에 비스포크 키친핏으로 바꿔볼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도록 만족스러운 리폼 결과물 탓에 새 냉장고를 들이는 이벤트는 없어졌다.

  그래도 좋다. 곰손이라도 뚝딱뚝딱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인테리어 필름이나 인테리어 페인트로 꽃무늬 가전들을 비스포크로 재탄생시켜보자. 긴장하여 집중하고 땀 흘린 시간이 뿌듯함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우와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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