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일 월요일
두 가지 고민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첫 번째 고민은 천장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었다. 목공 작업 후, 기존 주방에 있던 판 조명을 철거하고 보니 천장에 큰 구멍이 뻥 뚫렸다. 목공 전에 조명도 미리 철거하고, 합판 따위로 저 구멍을 막아두었어야 했다.
두 번째 고민은 주방 뒤 창가 쪽에 레일 조명을 한 줄 더 설치하고 싶은 내 마음이었다. 원래 계획은 아일랜드 식탁 위로한 줄, 싱크대 쪽으로 한 줄 총 두 줄의 레일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주방 뒤쪽이 너무 어두울 것 같았다.
주방 뒤 창가 쪽에 레일 조명을 달려면 별도의 전기 작업을 해야 한다. 원래 조명이 있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배를 한 뒤에 전기 작업을 할 수 없다는 것(벽지가 손상된다.), 그래서 내일 주방에 벽지를 바르기 전에 해당 위치에 전기 작업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요청을 전기 기사님이 들어주실지 의문이다.
이맘때 우리 딸은 꽉 채운 13개월이 되어 가고 있었다. 빠른 아기들은 뛰어다니기도 한다는데 우리 아기는 아직 다리에 힘주고 두 발로 일어서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부모님 침실이자 임시 주방이던 이곳에서 중국집 음식을 시켜먹고 딸의 일어서기 연습을 응원하는 동안, 거실과 주방은 거적때기를 걸친듯한 몰골이었다. 방 밖으로 나갈 때는 신발을 신고, 방 안에 들어올 때는 신발을 벗었다. 이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신발을 벗고 신어야 하는 귀찮음보다 더한 일도 일어났다. 도배 시공에 남자 1명 여자 1명 총 2명의 작업 인력이 투입되었는데, 그중 남자 기사님이 문득 방 안에 있던 나를 불렀다. 기존 벽지를 뜯다가 인터폰이 벽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많은 공사를 다녀 보았지만 벽지를 뜯다가 인터폰이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인터폰이 헐겁게 고정되어 있었던 탓이니 나중에 자기에게 보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터폰이 탈착 된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나는 당황해서 알겠다고 대답했는데(아니, 물어내라고 하면 도배 기사가 열받는다고 공사를 안 하고 가버릴까 봐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당황했어도 그렇게 대처해서는 안 되었다. 공사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집 인터폰은 아직도 먹통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날 잠 못 이루게 하던 고민은 둘 다 해결되었다. 판 조명 철거한 자리의 큰 구멍은 초배지를 여러 번 덧발라 판판하게 만든 뒤 도배지를 발랐더니 구멍이 있던 티가 나지 않았다. 전기 기사님은 (정말 감사하게도) 주방에 새 벽지를 바르기 전에 출동하여 창가 쪽에 레일 조명을 설치할 수 있도록 배선 작업을 해주셨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도배 작업이 끝이 났다. 내일은 이케아 가구가 조각조각 배송되어 들어오고, 내일모레는 설치팀이 출동하여 가구를 설치한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몸과 마음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