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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신 Oct 17. 2021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설마 나만 그런 거 아니죠?

이제 3개월만 있으면 나도 어엿한 싱가포르 생활 2년 차. 동서남북 지역별 동네 구분도 제법 가능해졌고 어딜 데려다 놔도 집에는 찾아갈 만큼 대중교통 이용에도 능숙해졌다.(열일한다 구글맵!!)

그리고 처음 싱가포르행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숨이 턱 막혔던 이 더위와 습도의 느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대중교통이 구석구석 잘 발달되어 있는 데다 택시나 그랩 등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걸을 일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대신 공공도서관이라든지 백화점과 몰에서는 닭살이 돋을 만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댄다. 지금은 긴팔 옷도 여럿 구입, 동선에 따라 적재적소에 이용한다. 

게다가 이런 날씨에도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취미로, 운동삼아 골프 라운딩에 꾸준히 나가다 보니 적도의 뜨거운 햇살과 더위에도 잘 견디는 맷집도 꽤 생겼다.

또한 외국인에게는 낯선 억양의 싱글리쉬 역시 이젠 상대방이 그렇게 말을 건네 오면 나도 모르게 비슷한 톤으로 천연덕스럽게 응수하기도 할 정도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낮설음을 익숙함으로 하나하나 바꾸어가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몇 가지. 

초미니 국가인 덕분에 스폿 포인트 어딜 가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활기찬 싱가포르.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너무도 잠잠해져 버렸다. 그 덕분에 나는 거주자의 신분으로 느긋하고 한적하게 이 나라를 즐기고 있다. 

그래도 마리나베이샌즈가 보이기 시작하는 센트럴 구역을 지날 때는 거주 2년 차가 다 되어 가는 생활인임에도 언제나 가슴이 들뜨고 만다. 동화처럼 비현실적인 싱가포르 플라이어, 당당하게 우뚝 솟은 마리나베이샌즈,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아 다소 쓸쓸해 보이는 새하얀 멀라이언까지... 그 한 샷에 보이는 풍광에서 주는 설렘은 아마 이 나라를 떠날 때까지 계속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 환상적인 장면 앞을 지나가는 그랩 안에서 나는 또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기 바쁘다. 


이런 평화로운 아름다움과 별개로 나에게는 또 한 가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바선생'. 실제 이름조차 당당히 쓸 수 없을 만큼 혐오감을 자아내는 그들이다. 싱가포르에서 발견되는 놈들은 생김새부터가 워낙 '센캐'라 동남아 집에서 자주 보이는 개미, 도마뱀들은 아주 귀여운 종족이 되어 버리는 지경이다. 

  

이사 첫날 화장실에서 나랑 눈이 마주쳤던 엄지손가락만 한 거대한 바선생의 자태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무서운 공포물이 따로 없었다. (지금까지도 안방 화장실은 사용 잘 안 함;;) 한국에서 근 5년간 집안에서는 바퀴를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그러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상상도 못 했던 사이즈라니...   

그 뒤로 몇 달간 바퀴벌레 트라우마가 생겨서 외부와 연결되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고 살았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할 환경을 만들지 않으려 생각지 않게 깔끔을 떨고 살아야 했다. 주변에서 들어보니 그런 큰 바퀴류는 집에 기거하지 않고 콘도 내 정기적으로 소독하는 날 약을 피해 잠시 들리는 부류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그 뒤로 바선생을 발코니에서 한 번, 화장실에서 한 번 더 마주쳐서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다행히 남편이 옆에 있어 처치, 그나마 약간의 종족번식을 막았다. 

특히 아침에 지하를 통해 가다 보면 약에 취했는지 죽었는지 벌러덩 뒤집힌 거대한 바선생의 시체를 가끔 보게 되는데 그렇게 소름 끼치고 끔찍할 수가 없다. 매일매일 복도와 지하 주변을 청소해주는 콘도의 스텝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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