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날 때 짐을 줄인다고 커피머신을 못 가져왔는데 아쉬운 대로 모카포트를 챙겨 와서 아주 유용하게 잘 써먹고 있다. 요즘엔 구독 서비스를 통해 격주로 배달받아 내려마시는 드립백 커피에 푹 빠졌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온 이상 진하고 달큼한 현지식 코피도 절대 놓칠 수 없다. 여기에 둘도 없는 짝꿍 카야 토스트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환상 조합! 아마 입싱 초반에 질리도록 많이 먹었던 음식 리스트가 아닐까 싶다.
얼핏 한약으로 보일 만큼 깜짝 놀랄 만큼 진한 코피에 바삭하게 구운 식빵 사이 카야쨈 듬뿍 바르고 얇은 버터 한 조각 넣은 토스트를 거의 안 익은 듯한 반숙란을 접시에 깨서 간장과 후추를 넣어 휘휘 저은 후 푹 찍어 먹는 게 싱가포리언들의 흔한 아침 식사.
진짜 별 것 아닌데 뒤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매력이 분명 있다. 아마 카야토스트 세트야 말로 '단짠단짠'의 진정한 원조가 아닐까 싶다. 특히 많이 돌아다녀 힘들고 피곤할 때 이 세트를 먹고 나면 단숨에 힘이 빡 솟구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살짝 걸쭉한 스타일의 진한 현지식 커피인 'Kopi'는 내가 5년간 살았던 베트남의 커피 스타일과 너무 비슷해 더욱 친숙하게 끌렸나 보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코피나 베트남 까페는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은 로부스타종을 설탕과 마가린을 사용해 고열에 강하게 볶아 약간 탄 맛이 나게 하는 게 특징이다.
은근히 헷갈리는 Kopi 주문 스타일, 난 언제나 Kopi O!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카야토스트 프랜차이즈는 토스트박스와 야쿤카야토스트. 두 군데 모두 기본적으로 세트를 시키면 '코피+카야토스트+계란'의 구성은 비슷하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코피의 맛은 두 군데 별 차이가 없는데 토스트박스는 머그컵에 코피를 가득 채우고 부드러운 토스트가 2조각 제공된다. 반면 야쿤카야 토스트의 세트 구성은 작은 찻잔에 담긴 코피와 바싹 구워 과자처럼 바삭한 식감의 토스트가 네 조각이나 나온다.
왼쪽 : 토스트박스 세트 / 오른쪽 : 야쿤카야토스트 세트
뭐든지 과유불급, 안 그래도 카페인 함량이 높은 코피를 토스트박스의 머그컵 한 사발은 무리다. 야쿤 카야 토스트가 맛있긴 하지만 4조각까지 먹기엔 헤비한 조합에 물려 슬그머니 내려놓게 된다. 내 기준엔 작은 컵의 코피와 2조각의 토스트가 딱 맛있게 먹을 양으로 적당해 보인다.
이제 한국에 계신 분들도 맘만 먹으면 이번 늦가을부터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조식으로 카야 토스트 세트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 11월 15일부터 백신 완료자에 한해 한국과 싱가포르 간 VTL(Vaccinated Travel Lane)이 열렸다는 소식이 그야말로 깜짝 발표되어 지금 한인들은 물론 싱가포리언들 사이에도 축제 분위기다. 이미 단톡방은 한바탕 떠들썩했고 심지어 그랩 기사들에게도 축하인사를 받기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 마음을 바꿔 문을 닫아버릴 수 있는 싱가포르 정부이기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서두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