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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신 Oct 07. 2021

구독 생활 인간

코로나로 변화된 조금은 신박한 생활패턴

기동력 좋은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들이 증가한다 싶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정책을 변경한다. 외식 금지라든가 모임 인원 제한 등 애써 잡은 모임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것쯤은 이제 이골이 난다.

게다가 지난 8월부터는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만큼 만일 백신 완료자가 코로나 확진이 되면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에 한해 자택 일주일 격리를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요즘에는 하루에도 천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 나를 비롯해, 내 주변 누가 걸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내 몸, 내 가족 하나 잘 건사하려면 그야말로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 속 편하게 지내는 길이다. 


작년부터 락다운, 서킷브레이크, 소프트 락다운 등 이름만 바뀌었지 외출 자제령이 걸릴 때마다 집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이제 일주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생활 반경이 좁아진 만큼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단조롭지 않고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프라인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고 온라인에서의 소비가 대세가 된 지금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발 빠르게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고 있다. '오호 이런 서비스 정말 필요했는데!' 싶은 신박한 아이템들이 줄줄이 등장해 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일상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구독'시스템은 매우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한 일상을 만들어 준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주요 구독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한글책 구경하기 힘들다면, 오디오북 서비스 

외국에 사는 내가 가장 많이 애용하는 서비스. 한글책을 판매하지 않아 카페에서 중고책을 구해보거나 한 번씩 해외배송으로 책을 받아보지만 만만치 않은 배송료로 한글로 된 책이 항상 고픈 상황이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귀로 듣는 오디오북 서비스. 


한 달에 책 한 권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아니 들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물론 신간까지 각 분야별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아무 때나 배경음악처럼 켜놓고 듣거나 이동하는 중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특히 밤에 아이들 책 읽어주는 용도로도 아주 유용하다. 불을 끄고 다 같이 침대에 누워 잠자기 전 30분 동안 성우가 실감 나게 읽어주는 책에 귀를 쫑긋 기울이면 엄마도 편하고 아이들도 만족스럽다. 



갓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를 하루 만에 배달 

이 커피 구독 서비스는 SNS를 보던 중 맞춤 광고로 알게 되었다. 1불의 우편료만 내면 원하는 형태(빈, 그라운드, 드립백, 캡슐형)와 입맛의 맞는 커피의 종류를 선택하면 정량 커피를 무료로 집으로 배송해준다? 호기심이 생겼다. 한 마디로 낚인 것이다.   

물론 싱가포르 곳곳에 맛있는 커피 원두를 파는 곳은 많다. 하지만 집에서 거리가 가깝지 않아 사러가는 것도 은근 마음을 먹어야 하고 신선도를 위해 많은 양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까운 스타벅스나 마트에서 기성 제품을 사야만 했다. 

날짜를 지정하고 며칠 기다리니 진짜 우편함에 커피 봉투가 배달되었다. 드립백을 뜯어보니 로스팅한 지 3일도 채 안 되는 신선하고 그윽한 커피 향이 훅 올라왔다. 별 것 아니지만 행복감이 밀려왔다. 너무도 맛있게 10개의 무료 커피를 무료로 즐기고(이게 신의 한 수였다!!) 당연히 구독을 하기 시작했다.  

   


안티는 없지만 파트타임 도우미는 환영

블로그 이웃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보다 알게 된 청소 도우미 서비스.

시간과 날짜를 정해지면 여러 도우미 중에서 나와 여건이 맞는 누군가와 매칭이 되어 내게 연락을 준다. 우리 집에서 일을 해보고 도우미가 맘에 들면 그 길로 우리 집 전담이 된다. 매번 다른 사람이 오지 않아 일일이 다시 지시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날짜 조정도 가능해서 필요한 날짜에만 부르면 된다.    

현재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세팅을 해놓고 이용하는데 도우미가 구석구석 대청소를 하고 가면 반짝반짝해진 집을 보고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내가 이 곡을 칠 수 있네? 소소한 피아노 취미생활 

솔직히 싱가포르에서는 예체능은 한국 대비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 시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주 1회 혹은 2회가 기본으로 한 타임당 70~100불은 기본, 하지만 그만큼의 수준인지도 탐탁지 않다. 어디 그래 가지고 한국의 매일반을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이 피아노 구독 어플은 한국에서 피아노를 잠깐 배웠다 손을 놓은 막내를 위해 시작했다. 수준별로 순서대로 한 곡을 마무리할 수 있게 구성되어 기본 음계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차근차근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한 사람만 구독해도 가족 모두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이득이다. 

여기에는 클래식 말고도 유명한 팝송들도 많이 올려져 있어 나도 쏠쏠히 이용하는 중이다. 특히 배경으로 반주가 깔리기 때문에 내가 치는 간단한 피아노 선율이 더욱 풍성하게 들려 신이 난다. 지금껏 연주해 보지 않았던 재주 코드도 꽤나 흥미로웠다.   

어릴 땐 그렇게 치기 싫더니 지금은 이런 식으로 피아노를 치고 나니 은근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고 하나의 취미생활이 생긴 것 같아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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