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한번 끊어져야 다른 습관이 몸에 배인다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구웠으니 와인 한잔 해야지. 어? 약간 모자라네? 한 잔만 더? 그러다 어느새 와인 반 병. 망했다. 어제도 맥주 2캔이나 마셨는데. 하아 일주일 금주가 이렇게 힘든가.
오전에 gym에 내려가서 러닝머신 뛰고 근력운동 좀 해야지... 갑자기 점심 약속이 생겨 준비하고 나가기 바쁘다. 그렇다면 저녁 먹고 나선 요가 영상 유튜브로 보면서 스트레칭 좀 해야겠다. 저녁 정리에 애들 공부시키고 나면 또 애들 재울 시간이네?
애들이랑 종일 붙어있으니 나만의 시간이 부족하다. 아침에 두 시간만 일찍 일어나는 글도 쓰고 공부도 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볼까...... 는 무슨 오늘도 눈떠보니 아침 8시다.
밤에 침대에 누워 잠들 때면 마음속에 굳세게 되뇌었던 의욕들이 다시 활활 되살아나면서 '어이구 이 의지박약 인간아!!' 자책하면서 내일은 기필코!! 하면서 잠이 든다. 다음 날도 또 이런 날의 반복.
어느새 10월, 올해도 3개월밖에 안 남았다니...
코로나 시대로 대면 수업이 많이 줄어들어, 난 몇 달 전부터 줌으로 중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화면을 통해 전체 수강생 모습이 보이는데 내 얼굴이 보이는 게 참 어색하고 신기했다. 그렇게 화면 속 나를 지켜보다 보니 미처 몰랐던 내 습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약간 크게 웃을 때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는 것 반, 웃는 것 반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웃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꼴보기 싫던지 화들짝 놀랬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보였다니...
요즘 가만히 있을 때도 미간 주름이 희미하게 잡혀있어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애들한테 짜증을 좀 줄여야겠다 반성하고 있었는데 웃을 때도 내가 화내는 근육을 사용하고 있었다니 꽤 충격이었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 배어버린 일부가 돼버리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안 고쳐진다.
나는 매일 밤 지키지 못한 일을 후회하면서 내일부터는 꼭! 하면서 다시 습관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잠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게 움켜쥐고 있던 것도 잠이 들면 스르르 놓치는 것처럼 다시 낮이 되면 전의 행동방식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줌 수업의 내 모습에서 놀랐듯, 가끔씩 저렇게 충격요법으로 한 번씩 나쁜 습관 고무줄을 끝까지 잡아당겨 끊어뜨려야 한다. 그 자리에 좋은 습관 고무줄을 새로 교체하면 된다.
역시 말은 쉽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보련다.
오늘 아침에 7시 반에 깼는데 8시까지 꾸물대지 않고 박차고 나와 커피를 내린 것도 성공이다. 저녁에 반주로 맥주 2캔에서 1캔만 마신 것도 성공이다. 침대 위에서 5분 동안 레그라이즈 스트레칭 한 것만도 충분히 성공이다.
아마 이 브런치 작가 도전도 내게는 새로운 습관 고무줄이다. 평생 다시 경험하지 못할 이 귀한 싱가포르 생활기를 부족하게나마 나만의 글로 정리를 해보니 기분이 좋다. 이 또한 성공이다.
이미지 출처 : pixa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