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주말이나 방학이면 부지런히 아이들과 함께 놀만한 곳이 없나 호심탐탐 노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꽤나 친근한 엄마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실상은 집에서 널브러져 있다 보면 핸드폰이나 게임만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기 싫어 차라리 몸이라도 움직이자라는 저만의 캠페인이랄까요.
무엇보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최대한 이곳저곳을 아이들에게 많이 경험하고 느끼게 하고 싶기도 하고요.
누구나 알만한 뻔한 곳 말고, 2년간 직접 부지런히 놀러 다녔던 기록 중 아이들에게 재미로 인증받은 곳을 선별하여 공유하려 합니다.
아이가 있다면 싱가포르 어디 가요? 2편_ The Karting Arena
저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혼자 차 타고 속도를 내며 드라이브를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고요. 특히 한가한 고속도로에서 가속할수록 느껴지는 짜릿함,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요?
특히 저희 아이들은 운동 승부욕들이 있는 편이라 자전거나 스쿠터와는 비교도 못할 속도로 숨어있던 레이싱 기질 드러내며 아드레날린 지수가 급상승함을 느낄 수 있었지요.
싱가포르에서 카트 레이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부킷티마와 주롱 지역 2군데 있습니다.
부킷티마는 전기 카트, 주롱은 페트로늄 카트로 구동 자체가 달라 승차감이 확실히 다르고 구간도 8분, 10분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부킷티마 지점이 집에서는 더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실제 경기장이라도 해도 믿을 만큼 트랙도 확실히 더 길고 각종 장비(헬멧 상태도 새것처럼 관리가 잘 되어있었어요), 정비소까지 갖춰져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드는 주롱 지점을 전 추천합니다.(하지만 정말 외진 곳에 위치해서 오전 일찍 출발해서 즐기고 오후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아무래도 스피드를 즐기는 체험이라 초등 이하 어린아이들은 이용불가예요. 보통 9-17세(140cm 이상) 30km, 18세 이상은 30-50km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30km만 해도 상당한 속도감이라서 깜짝 놀랐어요. 중간에 카레이서 꿈나무들이 50km용으로 연습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와우 배기음부터 속도감이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더라고요.
본격적인 레이싱에 앞서 모니터를 통해 주의사항과 조작법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고 각자 헬멧을 쓰고 대기합니다. 특히 앞뒤가 막힌 운동화를 추천하며(크록스류의 고무 신발 금지, 4불에 신발 대여도 가능) 바람에 날릴 수 있는 헐렁한 옷차림이나 장신구, 머플러 등도 착용 금지입니다.
주롱 지점은 10분 동안 이용 가능한데 보통 1분대로 코스를 주파하면 총 8바퀴는 돌 수 있답니다. 보통 사람이 많지 않으면 한 팀당 배정합니다. 시간대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니 미리 홈페이지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편리합니다.
시각 표지판도 있고 마지막 라운드에는 스텝이 빨간 깃발로 알려주는데 카트에 조절을 해놨는지 이때쯤에는 카트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집니다.
레이싱 결과는 설치된 모니터에 바로 나타나고 이메일로도 보내줍니다. 오늘의 승자, 이번 주의 승자, 이번 달의 승자, 연간 승자 등 기록에 따른 순위표도 나와서 꽤 흥미진진합니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 한 번 올려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아니나 다를까 승부욕 발동한 우리 아이들은 이 날 누적된 전체 30km 이용자 레이싱 레코드에서 무려 1, 2위를 차지했답니다. 막내는 구간을 돌 때마다 매번 환상의 드리프트 퍼포먼스까지 펼쳐 남편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는군요.
처음엔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나 생각이 들었지만 스피드를 타고 여러 바퀴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어른이나 아이들에게도 아주 강렬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주롱지점에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호커센터를 비롯, 새로 생긴 음식점이 서너 곳 있다. 특히 Surrey Hills라는 곳은 음식점과 식료품점을 겸하고 있는 곳인데 싱가포르 마트에서 흔히 보이는 제품이 아닌 독특한 제품들을 구비해 놓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한 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