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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 Jan 19. 2024

엄마는 왜 월급 안 줘?

경단녀의 밥벌이 이야기 07

'엄마'를 직업으로 따지면 월평균 얼마 정도를 받아야 할까?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가치로 환산하면 연봉으로 38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육아'를 빼고 '가사' 노동만 했을 때 그렇다. 그렇다면 여기에 육아까지 노동으로 쳐 준다고 하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


아기가 아주 어렸을 때

몸은 집에 묶여 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돈을 벌 수 없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일단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으니까 24시간, 365일 상주해 있고 잠자는 시간과 남편이 틈틈이 도와주는 시간을 빼서 14시간으로 친다 해도

최저 시급으로 계산하면 하루 138,040원, 한 달 4,141,200원.

야근 수당, 주말 수당까지 쳐 준다고 하면 대략 한 달에 오백만 원!!

여기에 가사노동 급여까지 포함하면....

와우, 대기업 정규직 월급 저리 가라네!!


여기에 아이를 여러 낳고, 키운 사람은 능력을 인정해 줘서

부모 교육 기관 강사가 되거나 부모 코칭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 커리어가 하나의 직업처럼 인정된다면


다 일을 그만두고 아이 낳으려고 할까?

저출산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가 방긋 웃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억만금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이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든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면 이 아이의 웃음을 볼 시간이 줄어든다.


이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게 온전히 내 힘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내가 좋아서 낳았지만,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하며 돈까지 버는 능력이나 재주가 없어서 육아에도, 생활비에도 허덕이는 것이 진짜 나 혼자만의 문제란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를 낳은 직후인 2015~16년은 한창 맘충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식당에서 당당하게 이유식을 데펴 달라는 엄마,

식탁 위에서 기저귀를 가는 엄마,

아기 몫을 무료로 요구하는 엄마...


세상에 많은 엄마들이 벌레가 되었고, 뉴스에서 연일 맘충을 제보하기 바빴던 게 기억이 난다.  

육아하기도 버거워 죽겠는데, 아이를 안고 나가면 눈치 보게 되었고

버스에서 울기만 해도 어쩔 줄 몰라 늘 택시를 타고 다녔다.

(면허도 없고 시골이나 다름 없는 동네라 버스 한번 타려면 3~40분을 기다림)

밖에 볼일 보러 나갔다가 끼니 때가 되어 혼밥이라도 할라 치면 아이는 안 시키기 뭐해서

푸드코드 같은 데만 다니고 카페 같은 데서는 괜히 먹지도 않는 디저트까지 시켰더랬다.


가뜩이나 생활비도 쪼들리는데 밖에 나가면 죄 돈이니

아이 병원이나 마트 갈일이 아니면 정말 웬만해서 안 나갔다.

가뜩이나 자존감이 부족한 나였는데, 엄마로서의 자존감은 지하 땅굴을 파고 100미터까지 숨어들어갔다.


그 시절을 복기할 수록 왜 이렇게 암울한 건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아 미화된다던데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이 힘들었고 버거웠다.

그래서 아직도 아이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그때 일을 되새기면서 더 이상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한동안은 그 시절, 아이에게 못해준 것만 떠올리면 발작 버튼처럼 눈물이 났다.  



아무튼 아이가 두돌이 지나고 어린이집도 적응할 무렵

소중한 아이를 위해서,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구직 사이트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고,

공공기관 콜센터 채용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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