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교실급식을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급식차가 반으로 오고, 그 주의 당번들이 배식을 맡는다. 밥을 다 먹은 후, 치우는 것 역시 아이들 몫인데 우리 반은 하루에 두 명씩 짝을 지어 급식차를 정리한다.
수업종이 치기 10분 전, 12시 50분, 지유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내게 달려왔다.
“아 선생님!”
“응 지유야.”
지유가 특유의 아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제가 오늘 정우랑 같이 급식 정리하는 날인데요. 50분에 교실에서 같이 치우기로 했는데 정우가 안 왔어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 봐. 오겠지.”
내 말을 들은 지유가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까 40분에 정우가 딱지치기를 하러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50분에 정리해야 한다고 했더니, 정우가 자기는 1분에 한 개씩 딸 수 있대요. 제가 그럼 5개만 따고 오라고 했거든요? 근데 지금 10개째 따고 있잖아요!!”
지유는 믿었던 정우가 오지 않은 것이 화가 났는지 매우 수학적인 근거를 들어 하소연을 했다. 지유의 귀여운 계산법을 들은 내가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자, 할 말을 다 한 지유가 홀로 급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지유야, 급식 정리 하자.”
정우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이미 거의 다 끝냈어.”
지유가 해탈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아 그래? 미안해."
정우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미안했는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지유야 내가 딱지 줄까? 나 10분 만에 7개나 땄어!"
정우가 알록달록한 딱지를 두 손 가득 내밀었다. 지유의 시선이 슬쩍 딱지로 향했다.
“정말? 나 가져도 돼?”
“응, 너 가지고 싶은 거 다 골라!”
“오예!!”
방금 전까지 울상이었던 지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이 나서 딱지를 골랐다.
정말... 예뻐할 수밖에 없는 꼬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