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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송이 Sep 27. 2016

#17화 세뇌교육

 점심시간, 아이스크림 30개가 든 박스가 교실에 도착했다.

 “선생님 이거 뭐예요?”

 “이거 아이스크림 아니야?”

 “어? 진짜? 쌤, 우리 오늘 아이스크림 파티해요?”

 “아니야, 다 들어가서 앉아.”

 운 좋게 이벤트 당첨이 되어 받은 쭈쭈바 30개였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연수실 냉동실에 옮겨놓았다. 교실로 돌아가니 이미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야, 아까 어떤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가지고 왔다?”

 “진짜?”

 “그래, 내가 분명히 봤어.”

 "아니야, 다들 수업 준비하세요."

 나는 자리를 정돈하고 수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5교시 수업을 하는 내내, 아이들은 틈만 나면 아이스크림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 아이스크림 어디 갔어요?”

 “저희 먹는 거 아니에요?”

 “얼른 풀기나 해.”

 “에이...”

 기대와 실망을 가득 실은 채 5교시가 끝이 났다. 종례를 하고 인사를 하려던 그때, 

 “3반!”

 “네!”

 “사실 너희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어? 설마.”

 “오늘 너희들이 수업을 너무 잘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쏠 거야!”

 “예!!”

 아이들은 교실이 떠나가라 환호했다.

 “쉿! 그런데 조건이 있어. 만약 우리 반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사실이 다른 반에 알려지면 우리에게 다시는 아이스크림 파티란 없어.”

 “왜요?”

 “왜냐하면, 다른 선생님들도 모르게 우리끼리만 몰래 하는 파티이기 때문이야.”

 “아아.” 

 나는 소문이 나면 다른 반 애들이 자신의 선생님을 들볶을까 봐 우리 반 입단속을 시킬 참이었다.

 “주호야.”

 “네?”

 “2반 친구가 물어봤어. ‘야, 너네 어제 아이스크림 먹었다며?’”

 “응!”

 주호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이, 아니지. 다시 대답해 볼 사람?”

 갑자기 퀴즈 대회라도 열린 듯 아이들이 우후죽순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요!”

 “그래, 준영이. ‘야, 너네 어제 쭈쭈바 먹었지?’”

 “아니? 그런 일 없는데?”

 “그러취! 훌륭하네. 주호 다시 한번?”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오케이. 완벽하다.”

 “쌤, 저도요. 무슨 스님 샴푸 고르는 소리야.”

 “으하하.”

 “무슨 쭈쭈바 터지는 소리야.”

 “무슨 호랑이 야옹하는 소리야.”

 아이들은 국어시간이라도 된 듯 각자 한 마디씩 했다.

 “자 알겠어. 다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가져가세요.” 

 “와아.”


 '딩동댕동.'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던 중 수업 종료 종이 울렸다.

 “야, 2반 수업 끝났다! 얼른 가방에 집어넣어!”

 “아무도 손에 들고 가지 마!”

 "정훈아 빨리빨리!"

 아이들은 부리나케 쭈쭈바를 숨겼다. 그리고는 '나한테 쭈쭈바에 대해 물어보기만 해봐라.'라는 듯한 매우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하나 둘 교실문을 나섰다. 


"주호야!"

"아니, 안 먹었어."

"응? 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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