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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송이 Nov 03. 2018

#18화 누구랑 결혼할 거야?

 일주일에 한 번 있는 6교시가 끝난 목요일 오후였다. 지환이와 주호가 교실에 남아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에 져서 판이 끝난 주호가 지환이에게 말했다.

 “야, 6학년은 거의 다 6교시래.” 

 “맞아, 중학교 가면 더 늦게 끝난대.”

 “아, 중학교 가기 싫다.”

 벌써부터 중학교 걱정을 하는 주호에게 내가 물었다.

 “왜?”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난 이게 무슨 소린가 해서 다시 물었다.

 “중학교 가면 평범한 게 아니야?”

 “네. 저는 평범하게 재밌게 살 거예요. 어른돼서도 뛰어다니면서 즐겁게요.”

 뭔가 어린아이답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래? 그럼 결혼은 언제 할 건데?”

 “결혼은 30대에 할 거예요.”

 “왜?”

 “군대 갔다 와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30대는 돼야 할 것 같아요.”

 “그러네, 군대 갔다 오고 뭐하고 하면 그때쯤 되겠다.”

 이 정도 되니 나는 이 꼬마와 어디까지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주호야, 그럼 너는 어떤 여자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저요? 음...”

 그러자 듣고 있던 지환이가 말했다.

 “게임하게 해주는 여자요.”

 “뭐라고?”

 “그리고 또, 놀게 해주는 여자!”

 지환이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에이, 그건 아니다.”

 지환이의 이야기를 들은 주호가 말했다. 적극 동의할 줄 알았던 주호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그럼 주호 너는 어떤 사람이랑 결혼할 건데?”

 “저는요... 음...”

 주호가 생각에 빠졌다.

 “에이, 그냥 결혼 안 할래요.”

 “아니 왜?” 

 “고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 동기와의 즐거운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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