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 학년이 다 같이 나가 낙엽을 쓸어 담기로 했다. 힘이 센 몇 명이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있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빗자루로 쓴 낙엽을 한 무더기씩 넣으면 되었다. 1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수업종이 치자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갔다. 나도 교실로 와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때,
“선생님! 저희 이만큼 모았어요!”
준영이가 낙엽을 담은 봉지를 가지고 오더니 자랑을 했다.
“이걸 가져왔어? 분리수거장에 버리고 오는 건데......”
이야기가 끝날 새도 없이 승빈이가 또 뛰어들어왔다.
“선생님! 저 엄청 많이 모았어요!”
“아니...... 그게......”
나는 다시 가서 버리라고 하려 했다. 그런데 낙엽 색깔이 너무 예뻐 왠지 버리기가 아까웠다.
“준영아 승빈아, 그거 버리지 말고 저기 옆에 둬.”
나는 아이들이 가져온 낙엽 두 봉지를 고이 모셔두었다.
아이들이 다 가고 난 오후, 나는 이 낙엽으로 뭔가 재밌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고민을 하던 중, 아이들과 낙엽을 뿌리고 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바닥에 종이를 깔고 그 위에 낙엽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하루정도 말린 후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왕 말리는 거 예쁜 모양으로 말리면 좋겠다 싶어 작품도 만들었다.
히히. 내일 아이들이 보면 좋아하겠지?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교실에 오더니 내가 만들어 놓은 낙엽 로봇 주위로 몰려들었다.
“우와!”
“선생님 이게 뭐예요?”
“선생님이 만드신 건가 봐.”
아이들은 로봇 옆에 누워보기도 하고, 브이자를 그리며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선생님! 오늘 우리 이거 만들어요?”
“왜? 만들고 싶어?”
“네!”
그저 말리려고 펴놓은 건데, 보다 보니 자기들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오늘은 낙엽 던지기 놀이를 하려던 계획을 살짝 바꿔 낙엽을 이용한 대형작품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서로 상의를 하고 역할을 분담해 두 시간 동안 공동작품을 만들어냈다. 작품명은 바로바로, 미니언즈!
아이들의 실수가 행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늘의 활동이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