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했다. 한 7,8년전에 두세달 해본 이후로 학원은 처음이다. 많이들 그랬을 것 같지만 효리네 민박 효과도 있었고 운동을 해야할 것 같은데 필라테스는 너무 기구에 의존하는 것 같아서 싫었고 내 평생 한번 유연해보자는 마음으로 요가를 등록했다. 동네에 괜찮은 학원이 있기도 했고..
오늘은 플라잉 요가 수업을 처음 들어봤는데 신세계였다. 매달린 천에 의지해 동작들을 하다보니 더 자연스럽게 잘 되는 동작도 있고 더 힘든 동작도 있고 보기에 말도안되 보이는 동작이 되기도 하고? 생각보다 더 근력운동이 될 듯 했다. 강사님도 나에게 처음 치고 굉장히 잘하시는 편이라고 어지럽지 않으시냐고 하셨다. 오히려 시원했으니 잘 맞는건가.
처음치곤 잘한다.
돌이켜보니 나 이 말 되게 많이 들어봤다. 나는 많은 부분에서 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좀 낮은 편인데, 특히나 운동, 게임 등에서는 그 기대가 굉장히 낮다. 그래서 평소에도 난 원래 운동신경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래서 스노우보드나 웨이크보드, 스쿠버다이빙, 재즈댄스 등등 다양한 걸 해오면서도(짧게..) 계속 그렇게 생각해왔다. 근데 생각해보니 난 저런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처음하시는 것 치고 잘하시는 편이세요! 같은 것들.. 내가 생각해도 전부 곧잘 따라했다. 스스로도 오 운동신경 없는 내가 이정도 했으면 잘했다 잘했어 이정도면 됬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처음치고 잘하는 것으로 다 끝나버린 듯..
나는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라고 또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돌이켜 보면 실제로 내가 뭔가 제대로 배워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남자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뭔가 엄청 잘하고 싶었던 적은 없어?'
아.. 쉬운 질문 같아 보이는데 이 질문에 적잖이 당황한 나. 아 물론 '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은 많았지만 그 '잘하는 것'의 기준이 달랐다. 전문가 만큼 잘하는 것, 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는 게 함정. 게임을 해도 쉽게 도달할 수 있는 10~15레벨 이후엔 안했고 그러다보니 딱히 게임을 잘하게 될 일도 없었고 굳이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게임은 그렇다 치고 공부도 사실 그랬던 것 같다. 항상 중위권 쯤에 딱 머물렀고 이 정도면 됬지~ 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 열심히 해서 서울대를 가고 싶다고 독하게 맘을 먹는 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스노우보드를 배울 때도 그랬다. 턴까지 하게 되었을때 우와 운동 못하는 내가 이정도 했으면 잘한거지 됬다 됬어 ㅎㅎ , 그러면서 어쨌든 뭔가 하는게 중요하지~! 난 다양한 시도를 많이해! 나는 그런 사람이야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내가 작심삼일 스타일 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냥 욕심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 (써놓고 보니 우습다 ㅋㅋ) 근데 최근 몇일 고민을 해보니 난 그냥 끈기가 없는 사람이었고 그걸 인정해야 뭔가 끈기 있게 하나를 제대로 전문가가 될때까지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러면서 나는 두루두루 잘하는 스타일이어서 하나만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부러워~
라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저 생각이 하나도 안이상해 보였다. 근데 지금 써놓고 보니 부끄럽다. 부럽다니? 스타일이 어딨나 니가 안한거지. 괴로움을 극복하고 점프업 하는 것을 해본적 자체가 없는 거다 난. (넘 자책 포스트가 되고 있군)
무튼!
'인지'를 해야 '인정'할 수 있고 그래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세가 안좋은 편인데 (어깨가 굽어있음) 그 자체를 잘 모르다가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확실히 인지하고 허리를 펴고 걸으려하고 의식하고 몇년간 했다 안했다 했더니 그나마 좀 자세가 교정이 되었다.
자 이제 내가 끈기없는 사람이란 것을 (이제서야 겨우) '인지' 했으니 끈기라는 걸 좀 가져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