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Universe, 2007
내가 이 영화를 왜 골랐더라.
아마도 한때 사랑해 마지않았던 노래 'Across the universe'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아마도 왓챠 플레이에 떠있었던 이 썸네일에 끌렸었던 것 같다.
비틀즈의 노래를 엮어 만든,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
초반엔 그저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청춘영화려니, 했다. 사실 비틀즈의 노래를 많이 아는 편도 아니어서 이게 비틀즈 노래인가 보다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는 격렬해지고 영상은 강렬해지며 음악은 무르익는다.
비틀즈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름에서부터 흠칫할 부분, 사실 나는 주인공들 이름을 신경도 안 쓰고 보다가 후반부에 가서야 혼자 크게 깨달았다.
비틀즈의 노래로 시작해서 비틀즈의 노래로 끝나는 영화. 스토리와 노래가 절묘하게 잘 들어맞는다. 비틀즈의 노래를 늘어놓고 이야기를 썼을지 이야기를 써놓고 비틀즈의 노래를 맞췄는지 궁금. 아마도 전자겠지. 비틀즈를 잘 모른다고 해도 들으면 귀에 익은 음악이 많다. 애정하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흐르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음악에 대한 애정 때문인 듯..
굉장히 세고 강렬한 영상들이 인상 깊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기 위해 징집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자유의 여신상을 지고 가는 영상으로 표현한다든지, 전쟁을 표현하는 색감들, 청춘을 사랑을 표현하는 영상들, 아름답고 강렬했다. (미셸 공드리 생각도 잠시 나고)
베트남전, 인종차별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60년대를 그려냈다. 내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60년대 집시, 히피 문화의 동경이 고개를 들만한 장면들이 슬쩍슬쩍 비친다. 집시 문화의 냄새가 나는 장면들.
집시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내 꿈은 집시예요.라고 하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 자유로운 영혼, 주류 문화에 대한 반발, 등등 그냥 어릴 때 나는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이고 싶었었나 보다.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나도 남들처럼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니 집이 최고인 으르신이 되었지만.. ㅎㅎ
'테이킹 우드스탁'이란 영화가 있다. 60년대 미국에서 처음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그린 영화인데 그 영화가 바로 내 집시, 히피에 대한 환상의 집합체랄까. 사실 내용 자체는 '실제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어쩌다 열리게 되었는가' 이다. 시골스런 풋풋한 내용이랄까. 그러나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지산 락페로 뛰어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이런 드넓은 들판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약 ..여기까지..
(아 지금 찾아보다가 발견한 건데 이 영화, 이안 감독이잖아?!)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일반적인 평은 굉장히 극단적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이렇게 긴 리뷰를 쓸 정도로 좋았지만 뭔가 '비틀즈'를 기대하고 보는 분들은 만족시키지 못한 듯, 혹은 내가 너무 기대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제 다 썼으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들어야지! (사실 내가 좋아하는 버전은 Fiona Apple 버전 ..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