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빙자한 한탄
오랜만에 가볍게 시작한 일드! 중쇄를 찍자!
중쇄라니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초판을 찍고 다 팔려서 더 찍는 그 중쇄를 이야기하는 거였다.
주된 내용은, 밝아도 너무 밝은 전직 유도선수 쿠로사와 코코로가 만화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뭐랄까 그 파이팅 넘치고 과하게 밝은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들을 계속해서 호기롭게 해결해나가는 그런 뻔한 이야기! 인데도 불구하고 매력 있다. 재밌다.
나도 신입사원 때는 저랬던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때는 나도 저렇게 끈질기게 일했었는데 싶기도 하고 지금도 그렇게 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뭐하러 그렇게 일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일드 하나에 별 생각이 다 든다.
감동 포인트도 식상하기까지 한데 감동적이다 젠장. ㅋㅋㅋ
항공사 마케터로 재직할 시절에 기내지를 꼭 가지고 싶다는 고객 문의를 받아보고 기내지 한 권을 우편으로 보내드린 적이 있었다. 그 고객은 나에게 초콜릿을 다시 보내주었고 별거 아닌 작은 일이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뿌듯한 사건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정말 그냥 진심으로 아 나는 맨날 보는 기내지인데 이게 꼭 가지고 싶었구나, 그럼 한 권 보내주면 엄청 좋아하겠지?라고 순수한 마음으로 보내줬고 그 고객은 그 마음을 받고 보답까지 해왔던 것이다.
사실 최근 1년? 정도는 고객이란 이름 자체를 외면해왔다. 서비스의 방향은 계속 변했고 그 방향은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방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위에선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는 게 전략이 아니다. (애플처럼?!) 사람들이 원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란 식의 논리로 다른 방향들을 제시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그 방향이 자주 바뀌어서 현재 쓰고 있는 고객들 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서비스는 매력을 잃어 갔다.
고객들과 인터뷰하고 의견을 듣는 등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나였기에 더 괴로웠다.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개선해주지도 못했고 경쟁사 대비 더 나은 기능들을 제공해주지도 못하고 잘 쓸 수 있도록 해주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고객들을 점점 피하게 되었고 외면하게 되었다. 거의 매일 포털과 SNS를 통해 우리 서비스의 트렌드를 살피던 것도 언젠가부터 그만뒀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살펴보면 모두 공감이 되어 마음이 불편해 일을 할 수가 없어서 피하고 안 보고 안 찾았다.
그렇게 나는 마케터가 아니라 그냥, 조직원이 되어갔다.
그 결과 나는 지금 좀 불행한 것 같다. 주인공 코코로는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보람이 있거나 불행하진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 리뷰를 빙자한 한탄이라고 했는데 너무 한탄만 써서 리뷰를 조금 더 써보자면..
+ 주인공이 정말 넘나 밝다. 약간 미울 정도로 밝다. 그래서 너무 매력적이다. 예쁘다. 보기 좋다.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은 미워할 수도 없고 자극이 되고 활력이 된다. 내가 최근 뿜어낸 에너지는 과연 긍정적인 에너지였을까?
+아! 그리고 뽀너스로 내사랑 오다기리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