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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y 05. 2018

태국3. 방콕이야기

방콕은 여전히 핫한 도시였다. 뜨겁고 트렌디했다.

머나먼 코따오에서 열몇시간을 걸려 도착한 곳은 추억의 카오산로드!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내 기억속의 카오산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관광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정겨웠다. 조용했던 람부뜨리 로드는 더 화려해졌고 카오산 로드는 더 더 화려해졌다. 그래도 길 초입의 길거리 팟타이는 여전했고 맥주마시고 멍때리던 가게들도 그대로, 저 구석의 커피월드도 그대로 였다. 5~6년전 기껏해야 5~6번 정도 오갔던 방콕인데 고향에 온 것마냥 반갑고 신이났다. 어쨌든 내 생에 가장 많이 방문한 외국 도시니 그럴만도..!


카오산로드


전 직장 사수님이 통로에 살고 계시다고 해서 통로란 지역쪽에 숙소를 잡았다. 태국에서 산 펑퍼짐한 여행바지를 입고 쌩얼로 여행하다가 갑자기 통로에 오니 다른 세상이었다. 예전에 여행왔을때 클럽 가느라고 한번 와봤는데 그때보다 더 좋은 곳도 많이 생기고 핫해져 있었다.


첫날엔 카오산에서 놀다 늦게 도착했기에 간단히 맥주한잔만 하고 쉬려고 했는데 아뿔싸. 태국에선 12시 지나선 술판매가 금지 되어있다는 것을 깜빡.. (11시부터 2시, 5시부터 밤12시까지만 판다.) 술집도 다들 두시엔 문을 닫는지라 아쉬운 맘으로 숙소에서 휴식을..


둘째날엔 근처를 어슬렁 거려보기로 했다. 뭐가 있나 트립어드바이져를 뒤져보니 commons란 곳이 있길래 가봤다. 왠걸 뭔가 뭐랄까 청담동 핫플레이스 같은 느낌... 각종 맛집들이 모여있고 건물 구조도 특이하고 앉아서 멍때릴 곳도 많고 그냥 들어가서 먹은 파스타도 맛있었다. 밥을 먹고 마사지를 받고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 태양은 뜨거웠고 카페는 추웠다. 그래 이게 방콕이지..



저녁엔 전직장 사수님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태국 오시기전 서울에서도 종종 뵈었는데 태국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확실히 여행하는 것과 사는 건 다르다며 사는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여행자는 그저 바라보다 갈 뿐이지만 이들 속에 들어와 함께 사는 건 정말 다른 얘기인 것이다.


헤어지고 또 핫하다는 메리어트 호텔 꼭대기에 있는 루프탑 바, 옥타브에 갔다. 시원한 바람과 내려다보이는 야경, 비싼 칵테일 ㅎㅎ 아래를 내려다보니 트래픽잼 덕분에 멋진 풍경이.. 누군가의 고통?!이 우리에게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니 아이러니했다.



셋째날인 오늘은 룸피니 공원 앞에 있는 비싼 호텔, 소피텔로 옮겼다. 배낭여행 하다가 마지막날은 호사를 누려보자며 내가 예약한 유일한 호텔. 비싼게 좋긴 좋드라! 서비스도 인테리어도 룸컨디션도 수영장도 낼 먹을?! 조식도 완벽..!




섬에서 띵가띵가 놀 때는 옷도 막입고 얼굴도 막쓰고?! 화장따위 안하고 몸매 신경 안쓰고 수영도 막하고 돌아다녔는데 도시, 호텔에 오니 나도 사람인지라 이쁜 친구들이 눈에 보이고 신경이 쓰이고 그랬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화장도 하고 원피스도 입었다.

섬에서 지낸 일주일도 너무 좋았고 이 곳, 핫한 도시도 좋다. 그래도 마음은 섬에서 지낼때가 더 편하지 않았나 싶다. 어렸을 적엔 더 많이 신경썼던 것 같다. 피부가 안좋아 보이면 어쩌나 내 허벅지가 너무 굵어서 사람들이 흉을 보면 어쩌나 내 패션이 구리면 어쩌나.. 나이를 먹어가니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자존감이나 자신감 같은게 강해진 걸지 뻔뻔해진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조금 나아진,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난 내가 더 좋다. 도시에서 화장하고 원피스를 입은 것도 때와 장소에 맞는 나만의 만족이라 생각하니 것도 좋고 화장이 좀 지워져도 마사지 받고 행복하니 좋다. 앞으론 좀 더 내안에 집중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래보며.. 방콕의 마지막 밤을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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