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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Sep 06. 2018

퇴사기념 글을 쓸 줄이야

어제 나는 약 5년간 다닌 회사를 퇴사했다.


나는 회사를 좋아했다. 지긋지긋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사람들도 사내 협업툴도 킥보드도 색도 캐릭터도 사실 다 좋아했다. 좋아했기 때문에 화도 났도 억울했고 박탈감도 들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래서 더 괴로웠다. 그런 시기를 지나보내고 나니 마음이 많이 식어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무렵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고 좋은 사람들도 나타나서 덕분에 흔들릴뻔 했지만, 나는 결국 퇴사했다.


나는 그저 마케팅을 열심히, 잘, 모두와 공감하며 하고 싶었다. 허나 여기선 그게 안됬다. 희망고문을 당하며 5년간 나름 이래저래 노력해봤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간혹 꼭 마케팅만 해야하냐고 묻는 혹은 그런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기획도 하고 사업도 하고 운영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나 스스로도 내가 정말 너무 갇혀 있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마케팅이란 단어를 개발로 바꿔서 한번 생각해볼까. 개발을 더 잘 하고 싶다는 개발자에게 개발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전 직장에서 3년간 많은 걸 배웠고 그걸 써먹고 싶고 더 배워서 전문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위와 같은 생각을 했던 분들이 나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했던 말이란 걸 알고 있지만 어찌보면 그 말들이 시선들이 나에겐 점점 이직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저 재미있는, 좋은 마케팅을 하고 싶었다. 그게 막 유명하고 비용을 많이 들이는 활동이 아니라도 내가 담당한 그 서비스에 대해 같이 고민해서 소구점을 찾아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각각 적절한 방법으로 알리고 소통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15~16년도에 담당했던 서비스를 알리던 시절엔 그게 가능했다. 게다가 그것 외에도 또 다른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 마케팅 활동도 즐거웠고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하나의 가치, 목표를 추구하며 달려가는 그 자체가 즐거웠다. 목적 조직은 이런걸까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땐 어떤 일이든 도맡아 했다. 서비스를 알리는 일 뿐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개선하고 잘 만들어 나가는 일 까지도.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서비스를 만들고 서로가 서로의 직무와 상관없이 좋은 의견을 내고 수용했다. 서비스는 성장했고 즐거웠다.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리더의 희생과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목적 조직의 참맛이었다고 생각한다. 1주년 파티를 하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커피를 내리고 선물을 주고받고 성장을 축하했다.


그 이후엔 마케팅도 조직문화도, 어려웠다.
(다만 사람들은 여전히 빛났다.)


그때의 함께 달리던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스타트업 처럼 작은 조직으로 가야했고 직무에 대해 더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면 조직문화는 조금 포기하고 큰 기업에 가야했다. 결국 난 더 늦으면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더 배우는 것을 택했다.


퇴사를 알리며 여기저기 작별인사를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사람들을 두고 떠나다니 더 노력 해볼 그랬나 하는 생각들과 어떤 업무로 이직을 하는지 기획을 하러 가는지 묻는 분들을 보며 아 역시 이직이 맞았다는 씁쓸함까지.


나는 이 회사의 장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큰 기업, 체계적이고 탑다운인 프로세스 안으로 들어가서도 꼭 이 문화의 좋은 점, 좋은 사람들을 잘 간직 한채 전문성을 키워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다시 한번 더 옛 목적조직의 희열을 느끼면서도 함께하는 주니어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칫하면 꼰대가 되어서 다시 이 문화에 융화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어렵겠지만 잘 해내겠지.


+ 사람들은 내가 먼저 손내밀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전직장의 좋은 분들도 아직까지도 만나고 있으니 같은 회사든 아니든 만날 사람은 만나고 아닌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오히려 사람은 괜찮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


+뭔가 쓰고는 싶었는데 역시나 마무리가 안된다. 여행을 다녀와서 퇴사를 기념해 선물받은 일회용 카메라를 인화하면 한번 더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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