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day Jan 30. 2020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더니..

설 연휴에 가족 여행으로 마카오에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언니들은 남편과 아이를 두고 딱 아빠 엄마 딸 셋 이렇게 다섯 이서 가게 되었는데 이건 정말 20년 만에 있는 일이었고 더군다나 해외, 더군다나 자유여행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다섯 명이 여행할 일은 정말 흔치 않을 것이기에 절호의 찬스였다!


2박 3일로 가깝고 볼거리 많은 곳을 고르자니 대만과 마카오 정도로 좁혀졌고 고민하다가 마카오로 정했다. 유적들도 있고 카지노와 화려한 호텔, 분수쇼, 공연에 골목골목 소소한 재미까지 있어서 부모님 모시고 다니기에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몇 달 전에 항공권을 사고 준비를 하던 중..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병했단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왔고 우리가 출발할 때 즈음에는 조금씩 더 들려왔지만.. 중국도 아니고 아이들이 함께하는 여행도 아니라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마카오는 예상대로 화려하면서 소박했고 맛있고 멋있었고 부모님도 우리의 뚜벅이 여행을 잘 따라와 주셨다. 오랜만에 다섯이 여행하니 마음도 잘 맞고 너무 좋았고 마스크는 썼다 벗었다 하고 손은 세정제로 자주 씻었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뉴스를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름 붙여진 폐렴은 점점 퍼져가고 있었고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언니네 회사는 중국, 홍콩, 마카오에 다녀왔거나 경유한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고, 그걸 보고 나 또한 회사 분들에게 혹시 모를 피해가 될까 싶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마침 짝꿍도 태국 여행을 가는 바람에 (태국도 사실 안전하진 안..) 오직 홀로 일주일간 집 안에 자체 격리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누가 나가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도 아니고 증상도 없지만 혹시나 무증상/잠복기 일수도 있는 노릇이니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3일째 홀로 집을 지키며 일하고 먹고 빨래하고 먹고 영화 보고 그림 그리고 글 쓰고.. 


느낀 점 1

생각보다 할만하다. 어릴 때 같았으면 답답해서 하루도 집에 못 있었을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정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에 정을 붙이다 보니 (영화, 그림, 글, 책 등) 꽤 괜찮다. 물론 10~7 근무시간엔 일하고 컨퍼런스 콜로 회의도 하고 하니까 그만큼 그 시간은 또 괜찮은 거겠지만 그 외에 시간도 꽤나 생산적이다. 그림도 많이 그리고 엄청 오랜만에 이렇게 글도 쓰고 신기하네. 다만 너무 움직임이 적어서 살찔 듯..?


느낀 점 2

재택근무를 해보니 나는 그냥 회사에 출근해서 사람들과 마주 보고 일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슬랙/메일 등을 주로 사용하긴 하지만 면대면 회의를 할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여러 명이 하는 회의를 컨퍼런스콜을 통해 들으니 맥락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고 의견을 내기도 어렵다. 맨얼굴이라 화상회의는 안 했지만 화상으로 해도 한계가 있을 듯.. 


오늘이 수요일이니 목, 금, 토, 일 앞으로 4일간 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3일은 괜찮았는데 4일 더는 좀 느낌이 다를까? 꽤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그 느낌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럼 이만.. 

매거진의 이전글 2019도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