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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Oct 06. 2020

제주행 신혼여행 마무리

바야흐로 일요일. 마지막 날이다. 비도 오고 쌀쌀하다. 역시나 여유로이 일어나 전날 사온 빵과 방금 사온 커피를 마시고 뒹굴뒹굴하다가 성산으로 슬슬 올라가 보기로 한다.


해변 도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가 며칠 전 지인이 추천해준 카페를 발견했다. 원래 닥스훈트 두 마리가 있는 카페라고 했는데 비가 와서 안나왔다구.. 아쉽.

강아지는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카페였다. 비가 오는 날에도 운치 있었던 곳. 바로 앞바다와 좋은 음악 탁 트인 시야.


사실 짝꿍이 잠시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들른 카페여서 나는 책을 읽고 짝꿍은 일을 했다.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사귈 때 초기부터 짝꿍은 항상 무척 바쁜 사람이었다. 직장에 다니며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또 따로 공부하고 추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그때도 퇴근 후건 주말이건 혼자 카페에서 고민하고 일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다행히 나는 책을 좋아했고 그와 함께 앉아 읽는 것도 좋았다. 우리는 자주 카페에 갔고 그는 일을 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 일만 하는 짝꿍이 싫을 때도 많았던 것 같은데 만날수록 일보단 나를 보게 되기도 했고 나중엔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것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쁘고 감사해졌던 것 같다.


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게 줄어든 건 오히려 그가 본인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였는데, 따로 안 하고 평일엔 보통 야근을 했기 때문..ㅋㅋ  주 1회 정도 쉬었는데 같이 살고 나니 그래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확보되어 괜찮았던 것 같고 사업 시작한 지 1~2년이 지나니 본인도 힘든지 주말엔 온전히 쉬게 됐다. 평일엔 보통 각자 알아서 잘 생활하고 주말엔 캠핑도 가고 홈파티도 하며 즐겁게 지낸다. 평일에 온전히 혼자라 외로웠지만 돌이켜보면 그랬기 때문에 나는 내적 성장을 많이 했다.  겪을 때랑 지나고 보는 것이 왜 이리 참 다른지 ㅎㅎ

 

무튼 여행기로 돌아와서.. 그래서 나는 즐겁게 책을 읽었고 비 오는 고요한 이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우린 성산으로 갔다! 남양 수산에 가기 위해서! 돔을 마구마구 썰어준다는 그곳. 짝꿍은 비록 해산물을 그저 그래 하지만 나는 회를 왕 좋아하니까 나를 위해 갔다. 우린 취향 존중이 잘 된다!

눈치게임 잘한 덕에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었당 참돔 작은 거 6만 원짜리 시키니까 회를 쌓아주심. 야채+밥 시켜서 회덮밥두 해먹구 회시키면 그냥 주시는 지리탕두 맛나게 먹었다. 냠냠


다 먹고 근처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캠프 구경. 숙소도 있고 맛집 술집 편집샵 등등 예쁘고 구경하기 좋다. 밤엔 상영회도 한다고 하고 코로나 이전엔 공연도 했던 듯. 혼자 온 심심한 젊은이?!라면 밤에 가봐도 좋겠다.

구경하다 편집샵에서 특이하게 생긴 책갈피와 귀요운 강아지 스노볼 모양의 자석 구매.

비도 오고 크게 어디 가고 싶은데도 없어서 근처 섭지코지에 가본다. 여기 왜 안가봐쓰까? 올인 촬영지라 티비에선 많이 봤는데 ㅎㅎ 우산 하나 사서 들고 산책 한 바퀴!


그리고 나선 근처 망고레이 매장에서 망고쥬스 하나 먹고 그 옆 귤 직판장?!에서 황금향을 산다. 짝꿍네랑 우리집에 보내줄 맛난 놈으루. 추석인데 신행왔으니까 집집마다 한박스씩!


그리고서 숙소로 돌아와 치킨에 맥주를 하며 비밀의 숲 최종회를 봤다. 완벽한 마무리 크..


마지막 날엔 고기국수 먹고 커피 마시고 면세점 쇼핑하고 드디어 저녁에 집에 도착.

제주도 좋지만 집이 최고지. 홈홈스윗홈.


돌아오며 우스갯소리로 우린 얘기했다. 오랜만에 둘이 일주일 여행 다녀오니 더 친해진 것 같아!라고. 하지만 사실 둘 다 진심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직장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일상의 대화는 종종 나누지만 깊은 이야기는 자주 하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각자 서로는 계속해서 달라진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서로 알아갈 시간을 꼭 만들어야 한다. 주말에 가끔 함께 맥주를 마시며 얘기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함께 여행하며 대화하면 그때서야 새로 좋아하게 된 것 싫어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새록새록 즐거움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 가니 캠핑으로 그 시간을 채웠었지만 텐트 치고 요리하고 일하는 시간이 많은 캠핑으론 조금 부족했는데 오랜만에 긴 시간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도 날씨도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도, 만난 지인들도, 강아지도, 식당과 카페들도, 바다도 산도 모두 좋았다.


여행이 끝나서 아쉽지만 집에 돌아오니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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