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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Feb 02. 2021

Day2.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feat. 컨셉진 인터뷰 프로젝트: '당신의 지금'을 기록합니다.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그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느새 10년째,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의 분야는 굉장히 넓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제품보다는 무형의 서비스를 마케팅해왔고 SNS 채널 운영부터 오프라인 행사, 크고 작은 프로모션들, 광고를 집행하고 다른 브랜드와 제휴를 하고 로고를 만들고, 바꾸고.. 온갖 종류의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현상만 놓고 본다면 뭐, 경영학과를 갔고 배운 것 중 광고가 그나마 재미있어 보였고 은행이 싫었고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0년간 열심히 해온 건 어떤 힘이었을까요.


 3년 전쯤인가 두 번째 이직을 준비하면서, 일을 시작한 지 꽤 오래 지난 후에서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왜 마케터가 되었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어떤 걸까, 어떤 행위에서 보람을 느낄까,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을까.. 그때 생각했던 건 2가지였어요. 하나는 내가 마케팅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복을 참지 못하고 다양한 일에서 기쁨을 얻는 나의 성향 덕분이라는 것. 또 하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그땐 구체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 이라고 정의했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또 그렇진 않네요) 어찌 보면 쉬운 결론이지만 이걸 깨닫는 것조차도 굉장히 오래 걸렸고 이렇게 간략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까지도 시간이 좀 걸렸어요. 어쨌든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다가 2년 전쯤엔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찾아 이직을 했습니다. 실제로 즐겁게 열심히 보람차게 2년간 일해왔어요.


그런데 최근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뭘 위한 일일까. 현 상황에 지친 건지 마케팅에 지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마케팅이 지긋지긋 한 건 사실이에요.(웃음) 나는 나이가 들고 마음은 안정되어가고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트렌드를 좇고 싶지 않은데 마케터라면 언제나 트렌드의 흐름읽어야 하고 많은 광고를 보고 이벤트에 참여해보고 각종 SNS도 모니터링해야 하죠. MZ세대가 뭘 하는지 뭘 좋아하고 무슨 SNS를 쓰는지 눈을 크게 뜨고 매일매일 지켜봐야 합니다. 게다가 마케팅은 크게 전문성 있는 일이 아니라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 여기저기서 감 놔라 배 놔라 온갖 간섭에도 시달려야 한다고요. 좋은 마음일 땐 열린 마음으로 듣던 의견들도 어떤 날엔 체할 만큼 듣고 싶지 않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좋은 걸 발견하면 누구라도 붙잡고 적극 추천하며 끌어들이는 천상 마케터 같던데 저는 그렇지도 않아요. 혼자 좋아하고 말거든요. 이런 내가 어떻게 마케팅을 해왔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어요.(웃음) 유저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신이 나기도 하다가 금세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해요. '내'가 지친 걸까요, 이 서비스 그리고 이 회사에서 찾았던 가치를 잃어버린 걸까요? 사실 같은 말일 수도 있죠. 일은 점점 더 많아지고 여유는 없는데 그곳에 '내'가 없는 것 같아서 자꾸 마음이 초조해지네요. '나'는 어디 갔을까요.





컨셉진 인터뷰 프로젝트 진행 중

https://www.instagram.com/p/CJsyzQLJsie/ 


+ 인터뷰 프로젝트는 100여명이 참여하고 모두 밴드에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린다. 비공개로 올리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공개로 올리시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뭐랄까. 좋다. 친구, 동생, 아빠, 엄마, 동료의 얘기 같다고 해야할까. 취업 준비를 한다는 대학생도 있고 전업주부 38년차인 분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속얘기를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어쩐지 위로가 되고 미소가 번져서 종종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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