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렇게 흐른다.
일본 영화는 극단적인 편이다. 오버스럽거나 잔잔하거나. 중간보다는 양극에 있다. 이번 영화는 오랜만에 만난 잔잔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오기가미 나오코의 카모메 식당이나 안경부터 시작해서 치앙마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수영장, 사누끼 우동을 좇아 가는!? 우동, 그리고 남극 기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 남극의 쉐프 등등 언제부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일명 일본의 슬로우 무비.
도시와 떨어진 조용한 곳 + 음식 + 개성 있는 등장인물 만으로도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중에서도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과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보게 된 리틀 포레스트도 이런 영화 중에 하나였다.
여름
이치코는 고향인 코모리에 살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다. 자전거를 타고 슈퍼에 가기도 하고 돌아와 음식을 만든다.
화로에 빵을 굽고
더운 날 식혜를 만들고
잼을 만들기도 한다.
(난 왜 저 두 대사가 이렇게 기억에 오래 남을까? 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라든지.. 아무 결정도 못 내렸는데 다 졸아버렸다든지.)
재료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손질하는 이치코, 감독은 음식을 만드는 이치코의 하나하를 예쁜 화면에 담아낸다.
홀토마토도 만든다.
이야기의 흐름은 계절과 그 계절의 과일과 그 과일로 만든 음식을 따라가며 이치코의 이야기도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온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
그렇게 가을이 오고 시간은 흐른다.
이치코의 이야기도 점점 무르익고 벼도 무르익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영화관에서 보았더라면 온전히 힐링할 수 있었을 것만 같은 영화.
쉴 틈 없이 꽉 찬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보던 요즘, 오랜만에 호흡이 긴, 쉼이 있는 영화를 보니 마음이 쉬는 느낌이었다. 리틀포레스트2: 겨울과 봄 이야기도 어서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