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다너에게 선택/결정이란?

feat. 혼자 하는 여행

by someday

인생이 다 그렇겠지만 여행은 선택의 연속이다. 게다가 혼자 하는 여행은 혼자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하는 나만의 선택이며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리고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나는 취향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대로 따르는 편인 데다가 점심 메뉴도 고르기 싫어하는 우유부단의 결정체!!! 다.. 뭔가 스스로 못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스스로 잘 하는 편인데 내 취향을 파악해서 결정하는 게 유독 어렵다 나에겐..


내가 선택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다 좋아서...?!

허무하지만 실제로 어느 하나를 고를 정도로 별로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난 다 좋으니까 상대방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는 게 낫지 않나 뭐 이런 생각. 진짜 그냥 김치찌개도 맛있고 된장찌개도 맛있는 거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다. 물론 가끔은 어느 한쪽이 더 땡길 때도 있으나 보통은 그냥 다 좋다. 그래서 선택이 너무나도 힘들다. 아마도 욕심이 많은 건가 싶기도 하고 결정하기를 두려워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근데 또 아이러니 한건 그만큼 충동적인 결정을 많이 한다. 뭐죠)


그래도 평소에는 혼자 모든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친구가 먹자는 것을 먹기도 하고 동료가 하자는 시간에 회의를 하기도 하고 연인의 결정에 따라주기도 하며 내 결정을 최소화하며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두둥


문제는.. 혼자 하는 여행..!


이건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내가 스스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파악해서 결정해야 한다. 올해 초 포르투갈 여행을 갈 때도 포르토에 가냐 마냐를 놓고 얼마나 고민을 했던가!! 그래도 한 일주일치만 결정하면 되니까 좀 나았는데 이번에 가게 될 한 달 남미 여행은.. 아 정말 너무나도 어렵다!


사실 결정 잘 못하는 나지만 막상 여행 가서 혼자 돌아다니면 잘 먹고 구경 잘하고 다닌다. 왜냐면 미리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보이는 데에 들어가거나 지나가다가 멈춰 구경하거나 하기 때문에 그건 결정이 아니랄까?! 아니면 혼자 있으니 오히려 부담이 덜해서 일까나.. 무튼 이런 순간의 선택은 힘들지 않은데 '미리 많은 부분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


남미도 첫 숙소 + 러프한 일정만 잡아놓고 가려고 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버스로 24시간 이상 걸리는 구간을 비행기를 타거나 칠레 남부에 자리 잡은 파타고니아 지역을 가려면 뭔가 '예약'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일정을 '구체적으로' 짜야하더라. 그래도 어느 정도 페루/리마에서 쿠스코(마추픽추)를 거쳐 볼리비아 우유니를 거쳐 칠레로 들어가는 것은 그냥 다들 가는 데로 비슷하게 갈 것 같은데 가장 큰 난관은


파타고니아를 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남쪽,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세상의 끝이라고 하는 그런 곳인데,,

스크린샷 2016-11-22 오후 4.04.28.png 길게 뻗은 파타고니아


바로 여기! '광활한 들판과 순백의 빙하, 하늘을 향해 치솟은 봉우리를 품었다' 고 이야기하는 파타고니아 지역에서는 트래킹도 하고 빙하투어도 하고 여러 가지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어마어마한 자연을 목격할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한다. 그저 남미 여행이구나 생각만 했지 이렇게 트래킹과 자연이 가득한 여행인 줄을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여길 가냐 마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 상황. 내가 원하는 것이 트래킹은 아니었으니 그냥 패스할까? 싶다가도 이왕 남미까지 갔으니 가야 하나.. 싶고 선택하기가 넘나 어렵다 @_@ 무튼 이 얘기는 길어질 듯 하니 따로 글을 쓰기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편..)


이렇게 평생 내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며 살아온 나에게 '선택'이란 넘나 어려운 것.. 그래도 이렇게 혼자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혼자 하는 여행의 또 다른 큰 의미는 이것이라는 것..? 내가 더 선호하는 것 내가 좀 더 편하고 즐겁게 느끼는 것, '나'에게 더 많은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 시간.


여행에 가서도 타인의 취향을 고려하고 배려하고 신경 쓰는 것보다 내가 뭘 먹고 싶은지 어딜 가고 싶은지 더 걷고 싶은지 앉아서 쉬고 싶은지 누구보다 소중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소중하다고 해도 어려운 건 아직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지. 앞으로 더 오래 함께 지내야 할 '나'를 더 잘 알고 더 친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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