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힘을 빼어보자
"열심히 안해도 괜찮을까?"
이건, 내가 처음으로 나에게 던져본 질문이었다.
늘 무언가에 미쳐서 달리던 나였으니까.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뭐든 ‘이거다!’ 싶으면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가끔은 내가 나 자신한테도 “너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 싶을 만큼.
그 열정들은 분명 반짝였는데,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나는 꽤 늦게서야 알았다.
정확히는, 몸이 무너지고 나서야.
두 해쯤 되는 시간 동안
병원비로 쓴 돈만 2천만 원 가까이 된다.
처음엔 내과를 돌았고,
그다음엔 기능의학 클리닉, 마지막엔 정신과.
‘자율신경 이상’, ‘갑상선 종양’, ‘우울 장애’
나는 정말 아팠다.
그래서 그 아픔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책장 한쪽에 차곡차곡 쌓인 병원 영수증들.
그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원하던 게 이런 거였나?”
나는 사랑받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 끝에 남은 건 결국, 영수증뿐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멈췄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백수 3개월.
집에 틀어박혀 나랑 갇혀 지냈다.
처음엔 도망가고 싶었다.
나 자신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도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조금씩 식고,
조용한 오후 햇살 같은 감정이 피어오를 즈음,
나는 나에게 조심스레 악수를 건넸다.
“그래. 나는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늘 갈구해왔구나.”
그리고 덧붙였다.
“근데 그걸로 내 삶을 채우진 말자.”
나는 왜 그토록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만 애썼을까?
왜 ‘잘난 사람’은 나와 거리가 먼 단어처럼 느꼈을까?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열심히 안 해도 괜찮다는 것.
힘을 빼고 살아도 된다는 것.
내가 가진 열정은, 내 전부는 아니니까.
그저, 내가 가진 것 중 하나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