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스타트업에서 사수 없이 살아남기 #6
23년 11월 기준 한국인이 사랑하는 앱 패션 부문 4위, 누적 4천만 다운로드, MAU 약 370만, '제가 알아서 살게요' 브랜드 캠페인이 화제가 됐었던 지그재그 앱의 CRM 마케팅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앱이기도 해서, 앱 설치부터 회원가입 그리고 구매 여정까지 간략하게 알아보자.
모바일웹으로 지그재그에 들어가면 첫 화면은 홈으로 떨어진다. (앱 신규 설치 시 플로우는 밑에서 다시 살펴볼 예정!) 팝업 배너는 띄우지 않고, 상단에 띠배너로 앱 설치를 유도하여 유저 동선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그재그 앱 설치 비율은 58.3%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으로 적극적으로 앱 설치를 유도하기보다는 유저 동선을 더 고려한 방향으로 띠 배너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원가입 유도 역시 적극적으로 유도를 하기보다는, 마이페이지를 클릭하거나 상품 서칭 후 좋아요/장바구니 와 같은 특정 액션이 일어날 때 로그인 페이지가 노출되도록 설게 해 두었다. 여성 패션몰 중 2~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구매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그재그에서 가장 좋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지점은, 앱 설치 후 온보딩 프로세스이다. 첫째, 취향 추천(포인트 유도) -> 회원가입 -> 마케팅 수신 동의 유도가 짜임새 있게 순서와 UX/UI가 잘 구성되어 있다. 둘째, 마케팅 수신 동의 역시 나에게 필요한,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작성되어 있어서 버튼을 누르고 싶게 만드는 문구를 사용했다. 마케팅 수신 동의 유도 캠페인을 진행했을 당시, 지그재그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했었다!
마케팅 수신 동의를 OFF 한 고객보다 가입 직후 마케팅 수신 동의 유도하는 게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기 때문에, 회원가입 유도와 마케팅 수신 동의를 함께 묶어놓은 전략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CRM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매일 같이 날아오는 앱 푸시와 앱을 켜면 노출되는 팝업부터... 이메일, SMS 그리고 카카오톡 채널까지! 앱은 다양한 채널로 고객과 소통하려 하지만, 다수의 고객에게 이러한 알람은 노이즈라는 인식이 높은 편이다. 채널을 잘 활용해서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밑에서 개인화 마케팅 예시를 다룰 예정), 결국 일정 이상의 모수가 모여야 채널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마케팅 수신 동의를 높이고 수신 거부율을 낮출 수 있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마케팅 수신 동의를 유도하는 데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혜택(쿠폰, 포인트)을 활용해 유도할 수 있다. (기본적인 방법이고, 대규모 프로모션 시 끼어서 진행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두 번째는 앱 내 다양한 배너를 활용해서 마케팅 수신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퍼널 단계를 줄여주는 방식이 있다.
실제로 고객이 마이페이지 > 설정 > 알림 설정이라는 3단계 퍼널을 거쳐 직접 마케팅 수신 동의를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굉장히 낮을 것으로 예상 가능하다. 그렇기에 알림 센터 진입 시, 띠배너를 활용해 버튼을 클릭하면 바로 마케팅 수신 동의 상태로 변경해 주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유저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다.
앱 너머에서 마케터들이 어떻게 하면 클릭률과 전환율을 높일 수 있을지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험하고 개선하고 있지만, 고객 맞춤 정보를 적절하게 제일 잘 전달하는 곳은 지그재그다. 대게 전문몰이나 종합몰에서 많이 받는 앱 푸시 중 하나가 다수에게 뿌리는 프로모션 안내 푸시이다. 관심 없는 상품이나 카테고리를 추천해 주거나 매력도가 떨어지는 혜택이라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케이스가 반복되면 결국 푸시를 누르지 않고 방치하게 된다.
반면 지그재그는 내가 선호하는 쇼핑몰, 관심 있게 본 상품, 멤버십 혜택 등 맞춤 안내 푸시를 제일 잘 보내주는 곳이다. 오늘 오후에 받은 앱 푸시와 인앱메시지인데, 평소 '모코블링'이라는 쇼핑몰을 자주 애용하고 있는데, 귀신같이 쿠폰을 넣어주었다. 발급받은 쿠폰으로 이번 주말에 니트 한 개를 구매할 예정이다.
유저의 행동을 잘 분석하고 캐치해서 시의적절한 맞춤 정보를 잘 제공하는 걸 보면,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시도와 개선이 일어나고 있을지 부럽고 궁금하다.
지그재그 애용자로서 프로모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디자인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통일된 컬러와 폰트를 바탕으로 예쁜 디자인이 많아서 눈이 즐겁다. 프로모션 페이지도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다. 버튼 연동이나 상품 나열, 유의사항 숨기기 기능 등 이렇게까지 페이지 구성에 디테일을 챙기려고 한 담당자의 노력이 보인다. (이러니 탐색을 안 할 수가 없어...)
지금까지 지그재그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사례를 가져와서 프로덕트 마케팅을 분석해 보았다.
위의 사례를 보다 보면, 그로스/CRM/프로덕트 마케팅 역할이 PM과 디자인 그리고 개발과 뗄 수 없는 부분이라 서비스 기획인지 UX/UI인지 마케팅인지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마케터의 롤이 걸쳐있는 경우도 꽤나 있고, 협업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 실행하고 개선하는 것이므로 니일 내일 무 자르듯 나누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ㅎㅎ
이 외에도 지그재그에서 정말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어서, 평소에 잘 모니터링해서 2탄 3탄 다뤄보고 싶다,,,,,ㅎㅎ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