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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Feb 14. 2024

홍콩 마카오 여행

이번 구정 연휴에 홍콩은 3번째, 마카오는 처음으로 가보았다. 작년 대만 여행에서 실망이 커서 (같은 중화권인) 홍콩 마카오 여행도 큰 기대가 없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다. 중국 춘절 기간이랑 겹친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좋았다. 평생 본 중국인 보다 이번에 본 중국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마카오 타이파에서


작년 방콕 여행만 해도 모든 것을 나 혼자 오롯이 도맡았었는데, 이번 여행부터는 일정, 주변 찾기, 길 안내, 통역은 큰 딸이, 짐들고 힘쓰는 역할은 둘째 아들이 해줘서 한결 편했다. 

홍콩 완차이


나는 이른 아침, 홀로 호텔을 빠져 나와 (호텔 조식도 포기하고) 혼자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카메라 들고 음악 들으면서 로컬의 모습을 찾아 다녔다. 대부분 걸어 다녔지만 중간 중간 트램이나 버스 등을 타기도 했다. 와이프한테는 오전 10시까지 호텔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홍콩 완차이. 트램과 버스


아무데나 로컬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이른 아침 운동나온 현지인들을 구경하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시의 풍미를 눈에 간직했다. 낯선 도시에 혼자 떨어져서 철저히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그들의 일상을 지켜본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점점 도시가 밝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 운치 있었다.

홍콩 코즈웨이, 해변가


'철저한 방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공공질서를 지키고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누군가 나한테 무례하게 굴더라도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이유없는 불친절에 맞대응해서는 안된다. 인종차별이든 뭐든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겨야 한다.


2008년, 2013년도에 갔던 홍콩은 구룡반도 쪽에 주로 머물렀던 데 비해 이번에는 홍콩섬의 완차이, 센트럴, 셩완 등을 돌아 다녔다. 혼자 나간 아침에는 더 동쪽의 코즈웨이 베이나 노스포인트, 익청빌딩까지도 갔다 왔다.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에 대한 여러 실망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중경삼림, 무간도 등에서 봤던 홍콩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러다가 홍콩에 반하겠는데. 싶을 정도로 홍콩섬의 곳곳은 작지만 저마다의 매력이 물씬 풍겼다. 안덥고 사람적은 시기를 맞춰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사진 찍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와 비슷하면서 다르고, 뉴욕과 비슷하면서도 바이브는 완전히 다르다. 




홍콩도 사람이 많았지만, 마카오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구도심, 타이파, 코타이.. 어딜 가도 사람이 득실거렸다. 첫날 구도심을 갔는데 소박한 옷차림의 중국인들이 거리를 가득 메워서 앞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었다. 괜히 왔나, 그냥 홍콩에만 있을 걸 그랬나 후회가 살짝 들었다.


그런데 마카오는 자본주의의 맛이 있었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호텔들. 멋진 불꽃놀이, 다양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 특히 마지막날 나이트버스를 타고 봤던 춘절 기념 불꽃놀이 축제는 모두의 마음을 '홍콩보다는 마카오'로 빼앗아 가버렸다. 


마카오에서도 나의 아침 산책은 여전히 이어졌다. 아침에만 7000보를 걸었다. 이름 아침의 마카오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그 많던 춘절 관광객들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으며, 몇몇 겜블러들만이 속을 풀거나 ATM기에서 돈을 찾으려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마카오는 아냐' 나는 아직 홍콩에서 느낀 바이브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마카오의 '자본주의 맛'에 선을 그어 버렸다. 그래도 열심히 걷다 보니 화려함을 지탱하는 이면의 모습들도 만날 수 있었다.


마카오에서의 아침 산책후 호텔로 돌아왔더니 이제 막 조식을 먹고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던 와이프가 '그렇게 다니면 힘들지 않냐?'며 묻는다. 재밌는데 하고 퉁명스레 대답하자 '그러면 가족들 챙기는 게 더 힘드냐?'고 다시 되묻는다. 5명을 모두 챙기면서 여행을 가려면 아무리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힘들긴 하다. 


'아냐 그래도 좋아. 난 가족들이랑 이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거든'


사실 아이들이 크면서 5명 모두가 온전히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여행 밖에 없다. 

홍콩 빅토리아 하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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