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처음으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흑석역까지 걸어갔다는 신변잡기적인 글이다.
월요일 오후 여의도 파크1에서 고객사와 미팅을 마치고 나니 16:30분이다. 라이트브레인은 퇴근 시간이 17:00이기 때문에(출근은 10:00시) 같이 간 직원들에게 직퇴하라고 하고, 나는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동호대교까지의 걷기를 시도했다. 영화배우 하정우씨가 성수대교 즈음에서 선유도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기에 나도 한번쯤 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날은 딱 날씨도 좋고 시간도 적당해서 시도해보기로 한 것이다.
파크1에서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가는 데 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가는 길은 사람이 적었는데 막상 한강공원에 가니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애매한 시간이라 운동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얼마나 걸리나 확인해볼까?' 하고 네이버 지도 앱을 켜서 동호대교 남단까지의 거리를 알아보았다. 엥? 3시간 30분? 하정우씨가 선유도까지 갔을 때 대략 2시간 남짓 걸렸다고 한 것 같은데.. 아니었구나..
주말이었다면 '좋아. 적당해' 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하루 일과를 거의 다 보낸 시점(게다가 월요일인데)에서 3시간 30분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됐다. 가까운 여의나루역으로 발길을 돌릴까 하다가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보자 싶어서 한강변 산책로를 따라 마포대교, 63스퀘어를 이정표 삼아 시속 5km 속도로 걷기를 시작했다. 63스퀘어 앞에서 길을 조금 헤맸다. 여의도에서 노량진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못찾았기 때문이다. 차로는 수도 없이 지나가던 길인데, 걸어서 가자니 애매했지만, 막상 방향만 알고 나니 어렵지 않았다.
이전에 글을 올렸지만 잠실종합운동장-청담대교-영동대교-성수대교-동호대교-한남대교-반포대교까지의 한강공원 산책로는 많이 다녀서 익숙했는데 여의도 샛강에서 한강철교-한강대교-동작대교까지의 산책로는 생전 처음 지나가는 길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생소했다. 한강공원 산책로 하면 시원시원한 정경이 딱 떠올랐는데.. 여기는 길 위에 올림픽대로가 있어서 어둡고 음습했으며 공기도 좋지 않았다.
다리 교각들과 올림픽대로를 지탱하는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광경들이 나름 사진찍기에 좋아 보였다. 아쉽게 카메라는 없었지만.. 한강대교쯤 이르자 1시간이 조금 넘어 있었다. 그리고 내일 강의 준비를 깜빡했다는 게 생각났다. 저녁에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드디어 여의도에서 동호대교까지 한강공원을 걷는다는 생각에 빠져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운 역을 찾아보니 9분 거리에 흑석역이 있었다. 흑석역까지 가다보니 나중에는 흑석역에 내려서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어제는 분당 서현역에서 미팅을 마치고 정자역에 있는 선배와 저녁먹기로 했는데.. 습관처럼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앱을 열어보았다. 35분. 약속 시간만 아니면 걸어갔겠지만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에 그냥 전철을 타고 10분만에 갔다. 그리고 집에 오다가 미리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서 40분을 걸었다. 중간에 아스텔앤컨 DAP가 방전되서 아이폰으로 음악 소스를 변경한 것을 제외하고는 쉼 없이 걸었다. 집에 도착해서 습관처럼 오늘은 몇보나 걸었나 봤더니 겨우 8600보.. 올해 하루 평균 걸음수가 11000보이다. '걷기 중독'이라는 글 제목을 쓸 정도로 유난떤 것 치고는 적은 편이다; 제주도에 가야 평균 걸음수가 훅 오르는데.. 언제 가나.. 제주도.. 이러다가는 그냥 4월말 스위스나 기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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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지도 앱을 켜면 기본이 자동차 모드였는데 그게 대중교통 모드로 변했다가 이제는 도보 모드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