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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Mar 21. 2024

Physical 百

어제 저녁먹고 넷플릭스를 통해 피지컬100을 봤다. 재밌었다. 평소보다 이르게 퇴근해서 밥먹고 산책을 나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밥먹으면서 틀었던 그 영상을 9시가 넘도록 봤다. 사람들에게 신체운동에 대한 동기를 끌어낸다는 면에서 피지컬100은 좋은 콘텐츠인 것 같다. 운동선수나 직업군인 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배우 등의 일반인들도 출연하는 것을 보면 아마 누구나 동기를 부여받을 것이다. 


내게 피지컬하면 딱 떠오르는 사람은 고등학생 아들이다. 그 나이의 나도 체육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운동시합이 있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불려나가는 게 귀찮을 정도였지만 지금의 아들은 가히 비할 바가 이니다. 이미 작년에 3대 400을 넘었고 지금은 500을 도전하고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있는 헬스 시설이 시시하다고 해서 등록해준 동네 피트니스 센터를 2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멘탈도 쎈 편이라 '이거 이러다가는..'하는 노파심에 중2때부터 슬슬 걱정어린 말들을 건넸지만, 다행히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공부도 중상위권은 유지하고 있다. 


중1때까지는 팔씨름을 해도 내가 여유있게 이겼는데 중2때는 간혹 질 때가 생기기 시작했고, 중3때부터는 거의 내가 졌으며, 지금은 아예 팔씨름하자는 얘기 자체를 안꺼낸다. 누가 농담삼아 시합을 부추켜도 내가 먼저 사양한다. 두팔로 하지 않으면 모를까 절대 이길 리 없다. 


그런데 목표가 뭐니? 라고 내가 묻자 그냥 운동이 좋단다. 근력, 지구력, 심페능력이 점점 더 성장하는 게 나름 뿌듯하단다. 이러다가 얘가 뭐가 될까? 하고 고민중인데, 일단 구체적인 직업보다는 체육대학으로 진학한다는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 내가 살면서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길을 아들이 걷는다니 뭔가 도와줄 있는 거라곤 남들보다 자주 신발과 운동복을 사주는 뿐이다. 


이번 피지컬100에는 고등학생도 출연했던데 내 아들도 3대 500을 넘어서면 그런 프로그램에, 아니 적어도 유튜브라도 찍으려고 하진 않을까 모르겠다. 그런 부차적인 면을 떠나서 체육대학에 진학한 뒤로는 군인이 될지, 트레이너가 될지, 선생님이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딸은 둘이지만)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데 어떻게 얘를 응원하고 조력해야 할지 지금은 그냥 열심히 그의 자랑을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만 있다. 


솔직히 나중에 아들이 피지컬100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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