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적어도 이주에 한번씩 가는 산이 있다. 집에서 20여분 거리의 산인데, 높은 고도는 아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일곱번 정도 반복되서 운동량이 제법 되는 산이다.
왕복하면 9km. 900kcal, 122층 정도 올랐다는 기록이 남는다. 지리산이니 한라산을 오르면 그 두배, 세배 정도지만 명산은 그래서 오르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인데, 여기는 비오기 전에 한바퀴 돌고올까? 하고 다녀올 수 있으니 오히려 운동에는 더 나은 셈이다.
평지를 걸을 때도 좋지만 업힐은 업힐대로 맛이 있다. 게다가 녹음짙은 숲을 걷는 것은 잘 구비된 산책로를 걷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문제는 내가 스위스 트래킹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됐다는 것. 어머어마한 산들을 눈에 담으며 가파른 산길을 올랐던 게 고작 지난주다. 그래서 일요일 점심 먹고 가볍게 돌아보자 하는 마음에 빠른 속도로 들머리부터 스퍼트를 올렸으나… 왠걸.. 그것은 섯부른 나의 자만이었으니.. 초반부터 힘들어 포기할 뻔 했다.
그래도 꾸준히 계속 오르다보니 몸에 템포가 붙는다. 속도는 그대로인데 힘들다는 느낌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나쁨이었지만 바람이 적당히 불어서 등산하기 좋은 날씨였다.
내려오다보니 산길 이곳 저곳에 봄기운이 물씬 가득하다. 아직도 머릿속엔 아이거를 보면서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도 너무 만족스럽다. 이 작은 산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과연 명산이 뭘까? 괜히 스위스까지 가서 방정을 떨었나.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 삶의 만족이 있었는데…왜 그리 멀리서 의미를 찾았을까? 바보같았구나.
저녁 약속이 있어서 모처럼 만난 지인이 스위스는 어땠냐고 묻기에 ‘나름 좋다’고 답했다. ‘나름’ 좋았더랬다. 스위스 트래킹은
더불어 드는 생각. 모든 산은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