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Design Practice Guide
Universal Method of Design(디자인 불변의 법칙)을 처음 펼쳤을 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 새록 새록하다. 아직 UX Design에 대한 체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시절, UX stacks같은 커뮤니티나 UX Collective같은 블로그에서 떨어진 과일 줍듯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던 시절,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이 책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았다. 물론 그 전에도 IDEO의 메소드 카드나 Adaptive Path, Engine 등에서 내놓는 리포트들이 있긴 했으나 두루뭉실하거나 일부분으로 파편화되어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예 도움을 안받았다고 하기도 그랬던 시기였다.
저자는 종종 강의 중에 Universal Method of Design을 소개하고 그 가치를 교육생들에게 알리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책에 들어가 있는 기법들 중 상당수가 이제는 사장되어 버리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그 책의 저자인 Bella Martin과 Bruce Hanington 교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거나, 결국 찾았다한들 훨씬 더 고생했으리라.
이제는 저자가 그 역할을 해볼까 한다. 2020년에 내놓은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를 통해서 현 시점에서의 UX/UI 디자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긴 했지만, 실무를 위한 자습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 이 책을 보고 페르소나 작성법을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이 책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저자로써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서평들을 읽어보면 다행히 독자분들도 그러한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계신 것 같다.
이번에 내놓을 책은 숲이 아닌 나무를 보게 하는 데 목적을 둘 예정이다. Universal Method of Design이 지향했던 바로 그것을 2020년대에 맞게 내놓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Universal Method of Design이 지나치게 필드 리서치나 UX 모델링에 치우쳐져 있던 것을 바로잡아서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기법들을 두루 접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UX 디자인의 실무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는 책이면 좋을 것 같다. 결코 ‘쉽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으련다. UX 디자인 실무는 ‘쉽다’와는 거리가 먼 분야이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첫째주 일요일인 오늘, 저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2주 뒤에 진행할 모 기업의 UX 교육 자료를 편집해야 했다. 해당 기업은 벌써 몇 년째 출강을 나가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이번에는 비대면 강의로 바뀌다 보니 원격 교육에 맞게 교육 자료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실습없이도 지식을 체감하게 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오래전 만들었던 교육 자료들까지 열심히 뒤져야 했다. 그래서인지 정말 오랜만에 잠을 못자고 새벽까지 깨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계기가 되어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라는 책을 쓰게 되더니 이번에는 불면증 때문에 책 서문을 용감하게 먼저 쓰고 있다. 잠이 들었으면 꿈나라에 있었을 이 시간에 갑자기 Universal Method of Design은 왜 떠오르고, 얼마전 퇴사한 직원이 남긴 ‘이사님 실무 중심의 자습서 같은 책을 다들 필요로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은 왜 떠올랐을까? 이 몇 주동안 계속해서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새 책은 ‘미래 기술과 UX간의 관계’였는데 말이다.
참 공교로운 일이다. 콘텐츠는 다 있으니 이제 남은 건 의지력의 문제일 뿐일까? 아니 의지력보다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등이 떠밀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