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hotography) 취미
사진이 얼마나 UXer들에게 이로운 취미인지 스스로의 단상을 적어봅니다~
저는 사진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 찍느냐고 물어본다면 궁색해질 수 밖에 없지만, 잘 찍으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듯 부단하게 사진을 잘 찎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제가 하는 UX Design과 사진찍기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은 그것을 담고 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은 프레임 내에 가둘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은 정해진 화각 내에 현실을 담아둘 수 밖에 없는 작업이다. 좋든 싫든 한 장의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을 담을 지 고민하고, 눈 앞에 보이는 피사체들을 빠르게 조망해야 하며, 프레임 내에 그것을 배분하고 강조(Focal point)와 비례, 균형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카메라의 다른 이슈들(조도, 감도, 스피드, 포커스, 화이트밸런스 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고민하면서 그 전체적인 균형(Balance)을 찾아야 한다. 떄로는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아야 하고, 때로는 한장의 풍경만으로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UX 디자인에서 마주치는 숱한 문제들의 중첩이 사진찍는 활동 가운데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다.
UX 디자인은 WHAT의 관점으로 풀 때도 있지만, HOW의 관점에서 풀 때도 많다. UX Design에서의 WHAT이 서비스의 내용(content, function, technology)이라면 HOW는 Flow나 Interface적인 해결책으로 주로 풀이되지만, 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동일한 인사이트/가치들을 가지고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지 여부에 따라서 그 뒤의 결과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UXer들은 존재하는 경험들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남들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는 연습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현실은 냉막하고 건조할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을 때가 많다. 사진을 찎으면 생각보다 재미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UX Design은 논리정연한 흐름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의외로 작은 단초로부터 그 해결책을 발견할 때도 많다.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작은 단초가 사실은 큰 기회가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주변 풍경과 사물들을 좀 더 깊이있게 관찰하고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구조물이나 인물을 정면에서 찍을 때에는 상하좌우의 여백을 염두에 두고 대상만이 올곧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완벽한 대칭을 찾게 된다. 여기에는 대상으로부터의 거리나 카메라 렌즈의 기울기까지 함께 포함된다. 완벽한 대칭을 만드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서 아주 여러번의 연습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가능하다. UX Design의 최종 결과물은 이렇듯 완벽한 대칭을 찾는 숙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의도한 것과 완벽에 가깝게 결과물을 만들지 않고 적당한 타협을 하는 순간, 그 작은 틈새가 전체적인 결과물을 흠집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첨부 용량이 20M라서 많은 사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쓴 글이니만큼 사진 실력에 대한 품평은 자제해주시고, 너그러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풍경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없던 방랑벽까지 생겼습니다. 하루에 4만보 이상을 걸을 때도 많습니다. 아니 걷기도 하나의 취미이니 걸으면서 사진찍는다는 표현도 맞겠네요. 발길 닿는 곳부터 발길 닿지 않는 곳까지 거침없이 다니다보니 어깨끈이 떨어져 아끼던 카메라를 바닷물에 빠뜨리기도 하고, 바위위에서 손이 미끄러져 다른 카메라의 후면액정을 깨먹기도 하고.. 이제 5번째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지난 겨울에 발리여행을 가기에 앞서 인스타360을 샀었습니다. 돌고래와 거북이를 쫓았던 수중 스노쿨링에서 인스타360은 아주 독특한 재미를 줬습니다. 그 뒤로 제주도에 갈때 한번 들고가기도 했었죠. 그런데 찍을 때는 아무렇게나 찍고 편집할 때 구도를 돌리면서 하는 성격이다보니 결과물은 재밌는데, 찍는 과정이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냥 긴 봉에 메달고 들고 다니기만 하면 됩니다. 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은 둘째고, 손은 두개 밖에 없는데 왜 이 짓때문에 저 아까운 풍경을 찍지 못하고 있을까 푸념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카메라와 목적에 맞는 렌즈만 들고 다닙니다. 항상 M모드로 놓고서 날씨에 따라서, 피사체와의 거리에 따라서 바쁘게 조리개와 스피드, 포커스를 조작합니다. 요즘 카메라는 성능이 워낙에 좋아져서 어지간히 빛에 불리한 환경이 아니라면 다행히 화이트밸런스까지 조작할 일은 없더라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