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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Jul 06. 2023

Adaptive Path

아래 글은 2011년에 네이버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미국은 다른 여느 산업만큼이나 UX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히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회사와 사람들이 드글거리고 있다.

뭐 워낙에 경제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어서 그런걸 어쩌랴. 디지털서비스 분야의 업력이 일천한 우리와는 달리 미국은 다르다. Xerox PARC가 배출한 쟁쟁한 인사들은 차치하고라도.. 각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들이 켜켜이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나라다. 그들은 해마다 IA summit이나 SXSW와 같은 컨퍼런스를 통해서 서로 만나서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면서 성장해왔다. 

UX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사람은 피터 머헐츠, 루이스 로젠팰드, 제시제임스가렛, 피터 모빌, 인디 영, 휘트니 헤쓰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중 세사람(피터 머헐츠, 제시제임스가렛, 인디 영)이 속한 회사가 있다. 바로 Adaptive Path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이 붕괴될 무렵에 탄생한 Adaptive Path는 10여년동안 UX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UX에 대한 구조적인 개념 정리(제시제임스가렛), 멘탈모델(인디영)이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다. 


이제는 IDEO를 아는 사람도 드문 것 같다. 디자인씽킹을 만든 것이 IDEO이다. IDEO의 Human centered Design은 현재의 UX Design과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다른 면도 적지 않다. Rapid Prototyping과 Brainstorming, 다학제적인 연구를 중시하는 IDEO의 방법론과 문화는 10여년전에도 어쩐지 맞지 않았다. 좋은 친척이지만, 같은 식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할까?


그에 비해서 Adaptive Path는 위상이 다르다. 현재의 UX Design을 정립시키는 데 이들만큼 큰 족적을 남긴 집단이 있을까 싶다. 굳이 비교한다면 Roselfeld 출판사 관련 작가들, IA Summit에 단골로 강연했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출신들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


Adaptive Path는 2012년경에 Capital One이라는 금융회사에 흡수됐다. (IDEO는 Steelcase라는 가구회사가 오랫동안 대주주였다). Capital One에 흡수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뭔가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이후 UX 역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Capital One에서 그 UX 진가가 발휘됐을까? 안타깝게도 Capital One이 내놓는 혁신은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고만 고만했다.


2010년 초반 이후, UX Design의 요람이었던 IA Summit도 언젠가부터 유명무실해지고, 서비스디자인이니 Lean UX니 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지만, 예상했던대로 잠깐 반짝하다가 사라졌다. Stanford D.School이 한때 주목을 받기도 헀으나 이름값 이상의 가치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럴 줄 알았다' 싶었다. 


2013년경을 기점으로 UX 세계에서의 담론 수준은 갑자기 확 떨어졌다. (자주 가던 커뮤니티가 몇군데 있었는데, 이젠 한개 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가끔 들어가보는 정도이다. 이제는 갈 곳도 마땅히 없다 ㅜㅜ) UX를 디자인보다는 학문으로 여기는 부류, UX Design을 IT 프로젝트 하위로 여기는 부류, 트랜디한 UI나 Interaction이 UX 자체라고 주장하는 부류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세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UX Design 이 잠잠해진 대신 IoT, Wearable, VR, AI 등의 기술이 맹위를 떨치는 시대(2010년대)에 접어들었다. (이 흐름은 Digital Transformation이 부상하던 2019년 무렵까지 이어진다)


Adaptive Path의 제시제임스가렛이나 인디영이 보여줬던 '실용적이며', 'UX에 대한 개념적 완성을 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현실세계에 집중'했던 모습이 가끔 그립다. 노먼의 Design to everything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주장만 해서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Adaptive Path 직원 두명이 저술한) Subject to change의 도발적이고, 실용적인 주장들을 보면서 얼마나 통쾌해 했던가? 


라이트브레인이 그렇게 되기를 바래왔지만, 과연 얼마나 달성했는지 회의적이다. 우리(라이트브레인 컨설팅그룹)는 어쩐지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비밀스럽고 실험적인 연구소'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조직문화나 수행방향에는 전혀 관여받지 않지만 그래도 모기업과 같이 하는 활동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합병을 결정할 때 가장 주의했던 것이 Adaptive Path의 사례였다.


안정적인 직장을 댓가로 실험적/도전적/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추구하던 기세가 꺾이지는 않을까 여전히 염려스럽다.


Adaptive Path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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