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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Jul 12. 2023

UX Design의 매력

얼마 전에 면접본 어떤 분이 '저는 일상의 모든 곳에서 자연스럽게 UX를 떠올린다'고 한 적이 있다. '이것은 이렇게 만들 것이지, 왜 이렇게 만들었어'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얘기는 우리 세계의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진실이 아니다.. 그래서 무덤덤하게 물어봤다.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아니란다.

하지만 뭐라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어 했다. 어떻게 설명할 지 몰라서 한참동안 중언부언했다. 진짜일까? 진짜 우리와 유사한 기질의 사람일까? 아직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질문들을 몇 번 더 던지고보니 이 분은 진짜구나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 분을 채용했다. .


UX Design은 세상의 전부도 아닐 뿐더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도 아니다. 그러나 이 직업의 재미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매우 독특하고 깊이있다. 매우 괴상스럽고 골치 아프다.


1.

UX Design은 학문적 지식을 많이 요구한다는 매력(?)이 있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 계속 공부하는데, 현실에서 그 공부한 지식을 검증하고, 현실에서 지식의 필요를 느끼고 다시 공부한다는 순환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색있다. 누군가의 혹평처럼 '책상머리 지식'을 배우지는 않는다.

흔히 거론되는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뇌과학,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인간공학 등의 지식도 때에 따라서 요구된다. 적당히 겉핥기로만 배우면 적당한 디자인으로 그 얄팍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교육을 쌓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UX Design과 밀접하게 관련된 각 분야의 핵심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깊이 사고할 필요가 있다.


2.

UX Design은 트랜드나 신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나로써도 쉽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마 짐작컨데 보편적인 개선 업무는 꼭 UXer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데 비해, 새로운 경험이나 미래를 개척하는 Design에 대해서는 미래환경(context)과 경험(future experience)에 대한 예지력, 사고력, 통찰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는 역할은 때에 따라서 큰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울 때도 많다. 게다가 그것을 성공적으로 검증하면서 쌓여지는 '그 독특한 자기효능감'은 그가 아무리 가난하고 외모가 볼품없어도 굳건한 권능감을 갖추게 해준다.


3.

UX Design은 'Design'을 한다는 매력이 있다. 아주 세부적이고 섬세한 영역, 가령 예를들어 정보간의 간격과 글자와 이미지간의 비율에서부터 전략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크고 무거운 영역까지 다방면에 걸쳐서 Design을 하고 싶다는 분이라면 UX Design만큼 좋은 직업도 없으리라.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조사나 평가/분석이 목적이 아니라, Design이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조사/평가/분석에만 UX Design의 목적을 두고 있거나, 마케팅/시장 조사기관들에서 수행하는 활동과 UX Design의 조사 활동을 비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좋은 Design을 위해서 그에 필요한 조사를 하는 것 뿐이다.


4.

UX Design은 삶 또는 생활 자체를 다룬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직업의 대상이다. 게다가 우리처럼 언제 어떤 대상을 Design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평소에 온갖 것들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항상 일한다는거잖아?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항상 UX를 고민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면 모든 게 공부의 대상이 된다. 이건 이래서 잘 만들었다. 이건 이래서 못 만들었다. 이건 뭐지? 이건 어떻게 판단해야 하지? 하는 질문을 매번 달고 사는 게 '재미'의 영역이 되어 버린다.

앞서 면접봤던 그 분처럼 말이다.


5.

우리에게는 현장에서 검증된, '경험 중심의' 여러 방법론과 기법들이 있다. 조사(Field research) 기법만 80여가지이고, 모델링(UX modeling) 기법도 30여가지나 된다.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이다. 현상을 관장하는 원리를 안다던가, 현상을 해석하는 법칙에 정통한다거나, 현상을 다루는 스킬이 높던가.. 원리를 다루는 분들이 종교인/수학자/과학자이고, 법칙을 다루는 분들이 법조인/정치가들이라면 우리는 스킬이 높은 쪽에 속한다. 요리할 때 레시피를 떠올리듯이 현상(design challenge)을 마주했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스킬을 발휘해볼까?'하고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6.

앞에서 언급했던 1~5번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원래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사고역량이 창발될 수 있다. 사고력 자체가 발전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력은 UX Design이나 Design 뿐만 아니라, 현상들을 파악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피상적인 겉핥기나 남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지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천성적으로 이런 사고력을 지니고 있어서 약간만 일깨워줘도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척 부러운 일이다. 누구는 남들보다 만번 정도 더 노력했는데 말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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