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건강검진이 끝나고 잠깐 강남역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수면내시경 후유증으로 비몽사몽했지만 새로 낸 'UX/UI 디자인 완벽가이드: IA와 유저플로우'편이 도대체 얼마나 안팔리는 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컴퓨터 서적 코너를 가니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 표지가 대번에 눈에 띄었습니다. 표지가 인상적(?)이라서 그런지, 제 눈에 익숙해서인지 멀리서봐도 한 눈에 보일 정도더라구요. 그런데 원래 찾고자 했던 'UX/UI 디자인 완벽가이드: IA와 유저플로우'는 가판대는 물론, 진열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교보문고 컴퓨터 상으로는 재고가 1이라고 나와있었지만, 눈을 씻고 봐도 진열대에서 찾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안 팔리기에...'
다시 가판대로 돌아와서 산처럼 쌓여있던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를 괜시리, 마치 시비라도 거는것 마냥 들어보았습니다. '이건 대체 언제 가판대에서 내려가지..' 보통 신간이 나오면 쫓겨나기 마련인데, 나오지 3년째가 되도 광화문이든 강남이든 교보문고 가판대에서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혹여 자랑한답시고 어그로를 끌고 있네 하고 퉁명스럽게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이제 저 책이 내려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UX/UI 디자인 완벽가이드: IA와 유저플로우'에서 얘기했던 새로운 UX 기조인 개인화, 추천, 정보간 유기적인 연결, 태그 등이 저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데, 저게 왜 아직까지.. 하는 마음이 큽니다.
아무리 제가 쓴 책이라고 해도 말이죠. 왜 안변하는거야. 새 책이 안팔리는 게 UX에 관심많은 대중들이 새로운 흐름을 외면한다고까지 생각됩니다. 개인화/추천이 중요함에도 제가 제대로 적지 못해서 그 중요성이 전달되지 못했나 자책감도 듭니다. 책 팔아봤자 인세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책 판매가 아니더라도 부수적인 강의 의뢰 등으로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정해진 강의만 하기에도 벅찹니다. 얼마 전부터는 YOLO족의 마인드를 탑재하기까지 했구요.
개인화/추천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를 붙잡고 다시 혼잣말을 크게 되뇌여 봅니다. 마치 네 잘못이라는 듯이.. 이건 이제 낡은 지식이라고. 개정판을 안내면 안될 정도로 말이야.
집으로 가는 길에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를 썼던 2020년 봄을 떠올려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모두 문을 닫은 시점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는 10시까지 할일이 없어서 몇 글자 끄적여보던 것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많은 성격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담백한 성품만은 진실이어서 '책을 써서 돈을 벌겠다', '인기있는 작가가 되겠다', 'UX GURU로 네임벨류를 이어가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UX 지식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하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글 쓰는 게 좋아서 파편적인 지식들을 엮다보니 책이 나온 셈이었죠. 책을 쓰기 위해서 조사하고, 내용을 만드는 과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반면!!
'UX/UI 디자인 완벽가이드: IA와 유저플로우'는 작정하고 책을 쓰겠다 다짐한 상태에서 온전히 책만 쓴다는 명목하에 제주도로 내려가기도 했고 (비록 올레길만 걸었지만;;), 많은 조사도 했으며, 특히 Mobbin이라는 서비스는 John Mobbin이 '한국에 있는 이 고객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열심히 우리 사이트에 들어올까?'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다양한 케이스들을 섭렵했습니다. 맞춤화, 개인화, 추천의 개념적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3가지 주제를 몇 주동안 고민하기도 했었죠. 힝 근데 이게 뭐야. 세상에 내놓은 지 1년도 안됐는데 벌써 저 책장 구석탱이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다니.. 지금은 개인화/추천의 시대라고 ㅠㅠ
세상 참 아이러니합니다 ㅜㅜ
대충 쓴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가 심혈을 기울여서 쓴 'UX/UI 디자인 완벽가이드: IA와 유저플로우'를 아직도 밀어내고 있다니. 死孔明走生仲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