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서비스는 내용이나 형태 면에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고객이 그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에게 가치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험이 일상화되어가면서 고객들은 하나의 일면만으로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단지 가격이 저렴하거나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좀 더 종합적인 고려, 예를 들어 가격에서는 현재가 이외의 적립 포인트/멤버십/구독/재판매시 잔존가치 등을, 접근성 면에서는 타채널 연계/호환성/맞춤화/개인화 등을 함께 고려해서 해당 제품/서비스가 '가치있는지/없는지'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서비스에서 가치있는 경험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최근에 등장한 여러 서비스 사례들을 빗대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등장한 디지털 서비스들은 높은 사용성을 추구한다. 쉽게 이해가능한 정보, 빠르게 따라할 수 있는 가이드, 전문적인 정보의 복잡성을 통제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20여종의 센서/통신 프로토콜이 탑재되어 있다. 흔히 아는 자이로스코프, GPS, NFC, 블루투스부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Lidar, UWB, Proximity, Ambient Light 센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디지털 기술의 집합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반 사용자들이 이들을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 서비스 UX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아직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programming)'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디지털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것은 발달된 카메라/센서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실제 정보를 좀 더 완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iToo와 같은 의류전문 쇼핑몰에서는 온보딩과 카메라 촬영을 결합하여 사용자 체형 데이터를 더 세밀하게 파악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렇게 사용자 개인의 데이터가 습득되면 더 맞춤화된(suitable) 서비스로 연계되고, 서비스에 대한 관여도가 증대되며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더 많이 개입(engagement)할 수 있는 여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흔하디 흔한 쇼핑몰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는' 쇼핑몰이 되는 것이다.
현재 가치있는 UX를 제공하기 위해서 UXer들이 반드시 생각해야 할 개념 중에 하나가 '상호호혜(reciprocity)'이다. 디지털은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 경쟁 심리를 완만하게 평탄화했다. 내가 약간이라도 무언가 기여를 했다면 그 헤택이 결국 나한테 돌아오기 때문이다. 댓글을 쓰고, 설문/평가에 응하고, 다른 사람을 팔로우/구독하는 이유가 디지털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결국 나한테 돌아오기 때문이다.
앞에서 봤던 iToo는 사용자들의 높아진 서비스 관여도를 토대로 OOTD(outfit of the day)라는 장을 열어 놓았다. 자신만의 패션 감각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남들의 옷차림을 참고하는 것 자체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이런 장(platform)이 형성되면 필연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인플루언서들은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러한 사례들은 '오늘의집'이나 '지그재그', '호객노노' 등의 서비스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래 네이버지도의 제보하기 기능은 글쓴이와 같이 UX를 공부하는 '라이트브레인 UX아카데미 20기 ‘네이버지도’조'에서 만든 포트폴리오이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디지털에서는 현실 세계보다 현실 세계 정보를 더 풍부하게 제공하고 자유롭게 조작 가능하다. 공간을 눈에 보이는 시야 범위/앵글 이상으로 확대해서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도, 투시할 수도 있고, 시간 면에서는 현재 시점에서의 정보 뿐만 아니라 과거의 정보를 불러오거나 가상의 시간대를 설정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미래의 정보도 엿볼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 중에 첫번째는 무엇보다 '연결(connection)'이다. 연결에는 기기간, 채널간, 서비스간, 정보간, 사람간 연결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미 앞선 글 '유기적인 연결'에서 이 부분을 다룬 바 있다.
이상으로 디지털 서비스의 가치있는 경험을 마친다. 대표적인 것들만 열거해 보았지만,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않은 것들도 상당히 많다. 디지털은 재미있다. 일은 디지털에서 하고, 놀이는 실제세계에서 한다. 일도 재밌고 놀이도 재밌을 수 밖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