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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Sep 05. 2023

Design Thinking

UX 디자인 관점에서의 고리타분한 글

하나의 분야에서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일일지라도, 계속 수행하고 수행하면, 계속 곱씹고 곱씹다보면 불현듯 단순함의 이면에 감춰진 '묘리'를 터득하게 된다. 하물며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을 하는 데 있어서야...


같이 일하고 있는, 같이 일해왔던 동료들에게 항상 바라고 안타까워했던 이유는 'UX 디자인'이라는 업무를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컨설팅'한다는 게 너무 까다롭고 '익숙해지기 어려워서' 였다. 같은 이유로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는 존중(respect)을 아끼지 않는다. 라이트브레인에는 그들보다 더 직위가 높은 사람들도 있고 사업적인 면에서의 공감대는 그 '높은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지만, 명징한 사고체계와 논리적 판단력, 디자인 문제해결력 면에서는 누구를 더 respect 하는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이 일은 정말 징글징글하게 독특하고 까다롭다. 앞서 대략적으로 설명한 3가지 외에도 사고의 유연함, 시공간적인 사고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감정적인 통제, 설득과 압박, 형상화와 추상화 능력의 균형 등도 있다. 이들 Phrase 하나 하나가 갖는 중량감을 익히 이해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 모두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또한 이해하실 것이다.  


무엇보다 'UX 디자인 & 컨설팅'의 문제는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어느 때에는 UI component의 본래 역할과 변형될 여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도, 어느 때에는 특정 요소기술이 향후 지배적인 기술로 발돋움할 수 있을 지를 예측해야 하고, 어느 때에는 뻘줌한 태도로 앉아있는 눈 앞의 상대방으로부터 대화를 가장한 '과거 기억 회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하나의 분야에서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일일지라도, 계속 수행하고 수행하면, 계속 곱씹고 곱씹다보면 불현듯 단순함의 이면에 감춰진 '묘리'를 터득하게 된다.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에서는 어떨까? 


하나의 분야나 직무, 기술이 전문화의 대상이 아닌 대신에... 생각하는 일 전반, 특히 무언가(그것이 뭐가 됐든)에서 문제를 찾고 그 해결책을 구상하는 게(=디자인이) 일이라면 당연히 Design Thinking에서 묘리를 얻게 된다. 



1.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일을 경계한다. 


일상에서 뭉뜽그려서 생각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디자인을 위한 사고에서 뭉뚱그려서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매우 Stupid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을 위한 생각은 (정말 디자인할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적절한 내용이나 형태 단위로 분리되어야 한다. 상황이나 논리적 연결점, 유사성, 시공간, 우선순위, 필요조건 등에 따라 분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 각각을 하나씩 바라보거나 논의해야 한다.

디자인은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일이 아니다. 툴을 잘 다루거나 스킬을 확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디자인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철학적 사고를 함양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예술이나 여행을 사랑하면 좋은 점이 많지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디자이너가 모든 면에서 일반인들보다 뛰어날 필요는 없다. 수도사적인 고결함을 유지할 필요도, 셀럽같은 고고함을 숭상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정말 디자인을 하겠다면 다음의 마음가짐은 필요하다.

디자인은 주어진 문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수준으로 문제를 규명하고, 문제에 따른 해결책을 구상하고, 구상한 해결책을 실현해내는 작업이다. 일반인들과 똑같은 차원에서 사고한다면 남들을 따라하는 것은 가능할지언정 진정한 해결책은 구상될 수 없다. 



2. 층위(레이어)를 인지하고 (가능하다면) 시스템적인 사고로 확장한다.


모든 디자인 이슈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레이어가 존재한다. 디자인 대상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3단 레이어는 '1) 본질의 영역(Basic), 2) 특징의 영역(Differentiator), 3) 독특함의 영역 (Driver)'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1)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가치, 2) 어쨌든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인 가치, 3) 앞으로의 기대를 자극하는 새로움의 가치. 

레이어는 3차원적인 사고의 영역이다. '1번'에서 얘기한 역량으로 문제를 평면적으로 파헤친 다음에 이것을 다시 깊이(depth) 차원에서 꿰뚫어 보는 것이다. 문제를 요소별로 나누었다면 그것이 어떤 레벨에 존재하는 지를 파악하여 좀 더 객관화시키는 작업이다. 레이어드 사고에 익숙해지면 디자인이 한층 더 재미있어진다. 이렇게 말만 들어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조차 어렵겠지만.. 여러분들이 디자인에 진심으로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레이어드 사고의 필요가 불현듯 나타날 것이다. 가령 UI를 설계할 때에도 서비스 전체에 걸친 공통적인 레이어와 해당 화면의 콘텐츠를 온전히 담을 특징적인 레이어, 마지막으로 그 위에 사용자들의 동기와 흥미를 자극시킬 특별한 레이어를 바로보게 된다. 100개의 화면을 100개로 보는 게 아니라, 레이어를 통해서 더 입체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좀 더 시스템적인 접근(System Thinking)이 가능하게 된다.



3. 변수를 파악한다.


생각의 하수들이 뭉뚱그려서 생각하고 '다 그게 그거지', '세상사가 다 똑같지'라고 얘기한다면, 생각의 고수들은 이슈에 숨어있는 변수들을 끄집어낼 줄 안다. 물론 우주에는 시공간의 변화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십여개의 상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는 것과 그것이 전부다라고 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상수(언제나 변하지 않는 동일한 것. pie=3.14....가 대표적)'가 있는 만큼 변수들도 존재한다. 일단 어떤 변수들이 있는 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인 종속변수에 어떤 원인(독립변수)들이 작용하는 지, 어떤 매개변수들이 중간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상수와 변수를 구분짓고, 변수를 자유롭게 파악할 수 있다면 디자인의 경지가 높아진다. 가령 무조건 개선해야 할 점(상수)과 사용자에 따라서, 맥락에 따라서, 동기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될 점(변수)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기능이 누군가에는 호평을, 누군가에게는 악평을 이끌어낸다면 일반인들은 '세상일이 원래 그렇지'하고 말겠지만, 디자이너는 그 호/불호를 가르는 변수를 찾아야 한다. 이건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반대로 얘기해서 내가 이 일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것을 찾아서 해결할 때의 짜릿한 쾌감은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 거기에 더해 디자인적 사고가 더 깊어져서 변수의 변인들까지 파악할 수 있을 때쯤이면 전능감이 느껴질 법도 하다. 이때쯤이면 디자인의 경지가 높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옆에서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처음으로 발견해내는 능력이다. 



4. '누군가의' 편향(bias)을 이해한다.


디자인은 어짜피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나뭇잎 하나, 벌레 하나에도 우리는 관여하기 어렵지만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의 주체적인 변화의지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가진 의도와 더불어 그 속에 숨겨진 편향도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편향은 어딘가에 영합하거나 욕망을 표출하거나 불안을 숨기려고 하면서 드러난다. 그 이상의 고귀한 의도는 예술의 영역이다. 디자인은 어짜피 시대와의 소통이고 자신에 대한 증명이다. 선택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자랑하고 싶은 허영심이 담겨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편향은 개인이 아닌, 집단 차원에서도 발현된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에 통했던 것이 앞으로도 통한다고 확신할 수 없는 데 있다. 때문에 편향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디자인을, 그것의 태생적 본질부터 들여다보는 좋은 수단이 된다. 가령 내가 예전에 컨설팅한 어떤 자연주의 브랜드는 '선(善)해야한다'는 것이 하나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압박이 해당 브랜드의 모든 서비스를 덜 활동적으로, 덜 다이나믹하게, 항상 차분하고 바른 이미지만 '보여주겠다'는 외연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물론 히피족 창립자가 가진 마인드는 존중받아 마땅하겠지만,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건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이미 선이 아니라 위선이 되어 있었다. 내가 봤을 때 그것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 그 브랜드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 사고방식은 성공한 브랜드/서비스에서 오히려 유효하다.



5. 가치 중심의 사고


앞선 글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것 하나만 생각하라.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여기에만 메달려도 좋다. 문제는 이게 정말 쉽지 않다는 점인데, 그래도 꾸준히 메달리다 보면 앞서 얘기한 구조적인 사고, 레이어드된 사고, 변수 파악, 편향 이해가 다 이해될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는 작업이다. 그리스도가 결국은 '사랑'이다고 한 것처럼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미션은 결국 '가치'이다. 이전글(UX 컨설턴트가 갖는 특혜)에서 밝혔지만 나는 아직까지 '진심으로' 가치 중심의 사고를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지만, 만났던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대단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디자인적 사고는 공학적 사고, 과학적 사고와 다르다. 우리는 연구자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필요의 영역에 닿아있다. 가끔 만나는 공학박사 출신 선배가 (공학이나 과학에 비해) '디자인'을 폄훼하는 소리를 할때마다 우리 사고의 영역이 그들과 다를 뿐이지, 사고의 지평이 결코 얕지 않다는 것을 말해왔다. 만류귀종이라던가? (내가 몰랐던) 선배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질 때도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명징한 사고체계, 논리적 판단력, 디자인 문제해결력

사고의 유연함, 시공간적인 사고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감정적인 통제, 설득과 압박, 형상화와 추상화 능력의 균형


눈으로 드러난 경력과 스킬셋만 가지고서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일면만 보는 것이다. 적어도 라이트브레인(CX컨설팅그룹)에서 3년 이상 일한 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앞서 내가 말한 사고능력들을 어느 정도 함양하고 있다. 5년 이상 같이 한 동료들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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