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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Aug 07. 2023

야심 vs 허영심

시오노나나미가 설명하는 카이사르

시오노나나미가 저술한 '로마인 이야기 4권'에는 로마 시대의 가장 위대했던 인물 '카이사르'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공화정 시기의 정치적 혼란과 주변 국가들의 대항이라는 두 가지 상황 속에서 이 희대의 천재는 삼두정치와 갈리아공략이라는 '천재적인 방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 결국에는 국가에도 이롭고, 자신에게도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그 최전성기에 안타깝게도 양아들이었던 브루투스의 칼날에 허무하게 목숨을 거두지만요. 
 

숱한 역사책 중에서 제가 '로마인 이야기 4권'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중에는 카이사르의 긴박감 넘치는 행보도 재미있지만, 시오노나나미의 풀이도 아주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마치 '정사 삼국지'보다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더 흥미롭고 문학적인 가치가 높은 것과 비슷합니다. (삼국지의 진정한 주인공은 출연자들이 아닌 화자, 나관중입니다)

시오노나나미는 동시대의 주요 인물들을 야심과 허영심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야심: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내적인 성취 욕구, 허영심: 남들에게 보이고자 하는 인정 욕구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나나미 (한길사)


1. 술라는 카이사르보다 한세대 이전의 인물입니다. 친서민파였던 마리우스(카이사르의 고모부이기도 함)의 정적이자 (술라는 귀족파) 로마를 위해 군사적으로 위엄을 떨친 인물이었죠. 로마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술라와 카이사르의 군사적 재능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동시대 로마의 공화주의자들은 '카이사르의 전횡'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약 술라가 살아있었다면...'하고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술라는 자신의 성취 욕구는 컸지만 인정 욕구는 적어서... 냉정하고, 인간미 떨어지고,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2.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의 최대 정적입니다. 한때는 사이좋게 삼두정치의 일원이기도 했지만, 정치적 뿌리가 귀족파였던 그는 결국 카이사르에 의해서 로마에서 쫓겨나고 그리스(현재의 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 지역) 전역에서 패배를 당하고 역사에서 사라지죠. 폼페이우스는 야심보다는 '보여주기식 인정욕구'가 강했습니다. 남들을 매우 신경썼고 자타공인 미남자로도 유명했죠. 마치 요즘의 (공부잘하고 모자란 게 없는) 남자 아이돌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야심은 없는... 


3. 키케로는 로마시대를 통틀어 가장 말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국가론'과 명언들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죠 이 사람은 군사적 업적은 없는 반면, 정치가/웅변가/변호사로써 폼페이우스에 맞먹는 위엄을 쌓은 사람입니다. 역사책에 언급되기로는 그보다 훨씬 위대하죠. 키케로는 잘난척 잘하고, 남들을 깎아내리기 선수였죠. 한마디로 재수없는 인간.. 


4. 브루투스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순수한 바보'입니다. 저는 그를 '순수하기만 한 멍청이'라고 부르죠. 세익스피어가 저술한 '줄리어스 시저'에는 그가 약간 미화되서 포장되기도 하지만 (버너드 쇼는 이런 세익스피어를 '모르면 아닥'이라며 디스하죠) 사실 브루투스는 평범한 사람인데, 어쩌다가 카이사르라는 희대의 위인이 양아버지가 된 탓에 너무 큰 책임이 주어졌던 불행한 사람입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일찍 깨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만큼만 꿈꿨다면 좋았으련만.. 주변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원로원 앞에서 아버지인 카이사르의 반가운 포옹에 칼로 화답한 패륜아입니다.  


5. 카이사르는 남자가 봐도, 여자들이 봐도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희대의 바람둥이였지만, EX 연인들도 그를 여전히 사랑했다고 하죠. 그는 서유럽의 질서를 만든 인물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현재의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의 경계가 시작된 게 카이사르 부터입니다. 제가 중언부언하느니..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써 있는 그에 대한 평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 다섯 가지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를 비판하는 서구 역사가들도 많습니다. 아예 읽지 말라고 권하는 이탈리아 학자도 있죠. 동양인으로써 서구 문명의 정수에 해당하는 로마 역사를 피상적으로 다뤘던 게 못마땅했나 봅니다. 사실 저도 서양인들이 중국이나 일본사를 얘기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습니다. 가령 중국 역사를 이야기할 때 서/북방 이민족과의 쟁투를 무시하고 한족 위주로 바라본다는 점이나 16세기까지 고립된 변방에 불과했던 일본의 위상을 높게 평가하는 점은 '뭘 모르네.. 많이 모르네'하는 한탄을 자아냅니다. 우리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서구 역사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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