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H-TWX9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오늘 휴가인데 오전내내 일하다가ㅜㅜ 점심 먹기 전에 글 하나 올린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UX 디자인과 AI/UX에 대한 지식의 편린을 남기고, 그로 인해 남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목적도 '조금' 있으나, 대부분은 일기 목적이다. 구체적으로는 큰 딸이 5년쯤 뒤에 이 공간을 발견하고 '아빠는 내가 한참 공부할 당시에 이런 일상을 보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 이로써 '오랜만에 겨우 이런 글이나 쓰냐'는 비난을 면피했다고 생각한다 ㅋㅋ
카메라나 걷기에 대한 지난 글들이 있었지만 나는 한편으로 독서광, 음악광이기도 하다. 음악은 내 삶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는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 아니 소리 뿐만 아니라 맛, 냄새, 시각, 촉각 모두에 민감한 편이다 - -;
때문에 소리를 듣고 제어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기물들이 있다. 잠잘 때 끼는 귀마개,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앰프, DAC, 각종 라인... 하이파이 세계에서는 선(라인) 하나에 몇십만원을 호가한다. 이 글이 마치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처럼 오해되지 않기는 바란다. 막상 사치라고 불리울만한 것도 그다지 없다.
여러가지 기물들 가운데 최근에 만난 어느 하나를 칭찬하고자 한다. 아. 정말.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피커보다는 이동중에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유선이 추구하는 완벽함을 존중하지만, 무선이 주는 편리함에 굴복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블루투스는 음악 감상에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대역폭이 하이파이를 전송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집에서 음악을 '무선으로' 들을 때에는 애플의 에어플레이나 마란츠진영의 HEOS를 이용해서 듣는다. (HEOS는 와이파이를 통해서 무선으로 음악을 전송하는 방식, 서비스명?이다.)
BUT
휴대폰과 무선 이어폰 사이에는 이게 불가능하다. 애플조차도 블루투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백만원짜리 고가의 하이파이 헤드폰을 샀다고 치자. 유선으로 휴대폰과 연결해서 듣는다면 부러워하겠지만 무선(블루투스)로 듣는다면 살짝 비웃을 것이다. 어짜피 블루투스가 중간에서 음질을 다운그레이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니, 삼성, 애플, 퀄컴 등의 제조사들이 내놓은 블루투스 코덱들이 있다. LDAC, SBC, AAC, AptX 등이다. 아이폰은 기본이 AAC이다. 소니는 LDAC이다. 그래서 소니 이어폰/헤드폰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었다면 나도 소니 제품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추가 글
많은 오디오파일, 오디오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음질면에서 블루투스 코덱 순서는 LDAC > Aptx HD > Aptx Adaptive > Aptx LL, Aptx > AAC > SBC라고 한다. 그러나 LDAC은 최근의 하이파이 브랜드들에서 지원을 안하는 추세이고, Aptx HD는 전파 간섭에 취약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끊긴다. Aptx HD와 LL(Low Latency)가 결합된 Aptx Adaptive를 이 글에서 추켜세우는 이유이다. 아무리 좋은 블루투스 코덱을 지원해도 진동판이나 회로 설계, 헤드폰내 자체 앰프, DAC 등에 있어서 음향기기 회사들의 내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자타공인 블루투스 헤드폰의 궁극기, 종결기(끝장판?)는 T+A라는 독일 회사의 Solitare T이다.) 마지막으로 역시 뭐니뭐니해도 음감러들에게는 유선이 최고다!!!
현재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코덱은 AptX Adaptive 로 하이파이 오디오 회사들이 2022년부터 이 코덱이 탑재된 무선 이어폰/헤드폰들을 출시하고 있다. (AptX와 AptX HD, AptX Adaptive는 다르다.)
안타깝게도 국내 출시중인 휴대폰에는 AptX Adaptive이 기본 탑재된 게 없다. 그래서 AptX Adaptive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Dongle이 있어야 한다.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ㅋㅋ
기본 AAC로 들어도 나쁘지 않던데 뭘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 글이 전혀 가치없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주변의 누구 것을 빌려서라도 좋은 무선 이어폰/헤드폰에 AptX Adaptive를 연결해서 들어보시면 아마 '이게 내가 알던 그 노래(음악)인가?' 싶으실 것이다.
다들 자기가 막귀라고 하던데, 세상에 막귀는 없다. 좋은 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얘기가 빙빙 돌았는데 오늘의 주인공 ATH-TWX9로 돌아가자. 아직 A to 8핀 젠더가 없어서 처음에 BTD 600을 PC에 연결해서 들었을 때에는 순간 착각을 했다. 혹시 유선이 연결된 것이 아닌가?, 이어폰이 아닌 스피커를 통해서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사실 나는 이미 오디오테크니카의 헤드폰을 하나 가지고 있다. ATH-R70x라는 오픈형 유선 헤드폰인데 소리가 맑고 청아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헤드폰 애호가들은 각 헤드폰 메이커들이 갖는 특색을 가리는데 나는 맑고 청아한 것보다는 Raw한 느낌을 그대로 실어나르는 독일이나 덴마크 회사들의 헤드폰 특색을 더 선호한다. 심지어는 미국 Grado같은 거칠고 와일드한 게 '맑고 청아한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테가에서 ATH-TWX9가 나왔다길래 처음에는 무시했다.
고생 끝에 아이폰에 BTD 600을 물려서 ATH-TWX9에 AptX Adaptive를 연결했을 때에는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재즈, 클래식, EDM, Pop, Rock 등을 골고루 듣는데 여러가지 샘플들을 들어봐도 내가 휴대폰으로 듣던 그 음악들이 아니었다. 숨어있던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나 악기간의 거리감이 벌어지지 않나, 미세한 진동이 갑자기 이어폰 저너머에서 나타나지 않나..
그동안 내 귀를 거쳐간 10여개의 무선 이어폰들을 모두 오징어로 만들어버린 ATH-TWX9. 반드시 귀찮더라도 AptX Adaptive를 연결해서 들어야 한다. 그게 귀찮다면 그냥 에어팟 프로를 쓰는 것도 좋다. 요리하기 싫으면 배달음식 시키면 되듯이..
전용 앱도 매우 훌륭하다. 하이파이를 추구하는 만큼 더 상세한 사용자 설정이 제공되는 게 마땅한데 젠하이저나 보스, 베이어다이나믹스의 앱들을 보면 지나치게 단조롭다. 반면 오디오테크니카 커넥트 앱은 아주 디테일하게 설정을 할 수 있다. 노이즈캔슬링도 6가지 모드가 있고, 이이폰에 장착된 터치/물리버튼 기능들을 각각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커스텀 이퀄라이징이 다양하지 않은 게 다소 아쉽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스스로 이퀄라이징할 수 있을테니 큰 오류라고 하기 어렵다.
단점은 앞서 얘기한 AptX Adaptive 동글, 휴대폰 충전포트에 연결한 젠더 등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과 휴대폰에서는 연결이 다소 복잡하다는 것이다.
주의: AptX Adaptive를 연결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다면 구매를 추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좋은 이어폰이지만, 둔감한 분들에게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5lAbY1d0A&t=115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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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가 쓰고 있는 이어폰/헤드폰들은 다음과 같다.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1세대, Denon AH-C830NCW
무선 헤드폰: 베이어다이나믹스 아벤토
유선 이어폰: Simgot ea500, 젠하이저 ie200
유선 헤드폰: ATH-R70x, Focal Celestee
가격으로는 Focal Celestee가 제일 비싸지만, 가장 정이 든 것은 아벤토(나랑 하도 오래 다녀서?)이고, 가성비만 가지고 추천한다면 단연코 Simgot ea500이다. Celestee의 1/15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60% 정도에 육박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차이파이 파워가 무섭다
Celestee로 무손실고품질(24, 192khz) 음원을 듣고 있다 보면 수시로 고개를 절로 젖는다. 맙소사. 이 소리... 어떨 때는 가수의 성대 떨림이나 드럼 스내어의 미묘한 진동조차도 들린다. 음악은 정말 위대하다. 감히 내 귀가 이런 사치를 누리게 해주신 신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