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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Jan 16. 2024

밤의 서울숲

조명의 향연

모 고객사에서 가견적을 요청해서 열심히 노트에 생각을 옮겨적다가 머리가 아파서 글 하나 올린다. 


퇴근 무렵 그날의 활동량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판단되면 회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141번을 타고 서울숲으로 간다. 회사(라이트브레인)에서 그나마 제일 가깝기 때문이다. 


도착하면 구름다리 밑으로 해서 계단을 내려간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직 저녁 여섯시인데도 겨울이라 어둡다.


서울숲을 자주 찾는 이유는 걷는 것도 걷는 거지만 음악 들으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갤러리아포레를 비롯한 북쪽의 높은 건물군들은 조도를 조정하는 게 다소 까다롭지만 피사체로써 아주 매력있다. 요즘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푹 빠져 있다. 


겨울 저녁의 서울숲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날씨가 좋은 봄에는 어수선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겨울에는 퇴근하는 직장인과 운동나온 동네 주민 몇몇을 빼면 거의 인적을 보기 힘들다.


서울숲역은 이렇게 에스칼레이터도 럭셔리하다. 실제의 색감을 잡아내려고 몇 번이나 찍었으나.. 14-140 광범위 줌렌즈로는 한계가 있었다. 


배가 고파 자주가는 성수동 짬뽕집으로 향한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옛 정취가 아직 묻어 있다. 15년전에 이 부근 살았는데 그 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안달리진 면모도 아직 많이 보인다.


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숲 빌딩군으로 다가갔다. 어짜피 집에 가려면 온 방향의 반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숲은 어떻게 코스를 잡느냐에 따라서 한바퀴 도는 거리가 달라지는데, 겨울에는 굳이 도로 건너편까지 가지 않기 때문에 운동 효과를 내려면 2~3바퀴는 돌아야 한다. 그래봤자 4~5km이다.


빛을 통제하는 과정이 재밌다. 내 폰은 비교적 사진빨로 유명하지만(아이폰 14pro max), 어두운 밤의 느낌을 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카메라로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밤의 서울숲에서 제일 눈에 띄는 공간. 저 파란색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색온도를 몇번이나 만졌다. ISO 12600에서 적당한 Aperture와 Speed 값을 찾고 색온도를 직접 200단위로 옮겨다니며 카메라 디스플레이상의 샘플과 실제 눈에 보이는 색감을 비교해가면서 찍는다. 사실에 가까지워지면 그 다음부터는 약간의 기교를 부린다. 


이 파란색이 실제로 보면 너무 예쁘다.


바로 옆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도 조명이 켜져 있길래 찍어 봤댜. 너무 밝게 나온 듯 보이는데 실제 이렇게 보였다. 


밤의 서울숲은 그녀가 품은 조명들로 인해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눈이 내려서인지 다소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이제 다시 집에 가려고 처음 왔던 위치로 돌아왔다. 들어왔던 입구가 이번에는 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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