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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여행

밤의 서울숲

조명의 향연

by 조성봉 UXer

모 고객사에서 가견적을 요청해서 열심히 노트에 생각을 옮겨적다가 머리가 아파서 글 하나 올린다.


퇴근 무렵 그날의 활동량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판단되면 회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141번을 타고 서울숲으로 간다. 회사(라이트브레인)에서 그나마 제일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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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면 구름다리 밑으로 해서 계단을 내려간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직 저녁 여섯시인데도 겨울이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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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을 자주 찾는 이유는 걷는 것도 걷는 거지만 음악 들으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갤러리아포레를 비롯한 북쪽의 높은 건물군들은 조도를 조정하는 게 다소 까다롭지만 피사체로써 아주 매력있다. 요즘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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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의 서울숲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날씨가 좋은 봄에는 어수선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겨울에는 퇴근하는 직장인과 운동나온 동네 주민 몇몇을 빼면 거의 인적을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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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역은 이렇게 에스칼레이터도 럭셔리하다. 실제의 색감을 잡아내려고 몇 번이나 찍었으나.. 14-140 광범위 줌렌즈로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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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자주가는 성수동 짬뽕집으로 향한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옛 정취가 아직 묻어 있다. 15년전에 이 부근 살았는데 그 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안달리진 면모도 아직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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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숲 빌딩군으로 다가갔다. 어짜피 집에 가려면 온 방향의 반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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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은 어떻게 코스를 잡느냐에 따라서 한바퀴 도는 거리가 달라지는데, 겨울에는 굳이 도로 건너편까지 가지 않기 때문에 운동 효과를 내려면 2~3바퀴는 돌아야 한다. 그래봤자 4~5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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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통제하는 과정이 재밌다. 내 폰은 비교적 사진빨로 유명하지만(아이폰 14pro max), 어두운 밤의 느낌을 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카메라로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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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서울숲에서 제일 눈에 띄는 공간. 저 파란색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색온도를 몇번이나 만졌다. ISO 12600에서 적당한 Aperture와 Speed 값을 찾고 색온도를 직접 200단위로 옮겨다니며 카메라 디스플레이상의 샘플과 실제 눈에 보이는 색감을 비교해가면서 찍는다. 사실에 가까지워지면 그 다음부터는 약간의 기교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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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란색이 실제로 보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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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도 조명이 켜져 있길래 찍어 봤댜. 너무 밝게 나온 듯 보이는데 실제 이렇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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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서울숲은 그녀가 품은 조명들로 인해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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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서인지 다소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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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집에 가려고 처음 왔던 위치로 돌아왔다. 들어왔던 입구가 이번에는 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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