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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UXer Jan 20. 2024

Swiss trail

4월말~5월초에 스위스에 간다. 작년 여름 프랑크푸르트 IN/OUT 티케팅후, '그래서 어딜 갈건데?' 자문 자답하고 십여곳의 후보들을 검토한 끝에 결국 Swiss trail, 구체적으로는 Jungfrau 와 Lucerne으로 결정했다.


갑자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 내가 알던 세상이 더이상 그 ‘알던 모습’이 아니게 된다면.. 어디를 안갔다고 가장 후회할까? 답은 스위스였다. 5년전에 일주일 넘게 스위스에 머물렀었지만 고작 일주일, 그것도 자동차로 다녀본 게 전부였다. 그건 아니지.. 비록 스키는 아니더라도 트래킹은 해봐야하지 않겠어?


유명한 스위스 트래킹 코스들


처음에는 A에서 B까지 계속 향해가는 투어링(산티아고순례길, 투르드몽블랑이 대표적)을 고민했었다. 아래는 프랑스 Jura trail과 GR5에 대한 지도이다. Jura는 사람들 대부분이 알지 못할 디종과 브장송 사이의 Dole이라는 소도시에서 시작하여 스위스 제네바까지 가는 12박 일정의 코스인데, 공룡 유적이 발굴되서 Jura라는 별칭이 붙었다. 알프스 만큼은 아니지만 자연풍경과 더불어 프랑스 시골도시만의 그윽한 느낌이 좋아서 내가 몇년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는 중이다. GR은 'long trail'이라는 뜻으로 유럽 여기저기에 수백개의 trail 루트가 있다. 그 중에서 GR5는 휴양지로 유명한 레만호 남부에서 시작하여 몽블랑산 아래 도시인 샤모니까지 가는 10박 일정의 코스이다. (GR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유명한 코스들은 사람들(주로 유럽인)도 많이 찾기 때문에 숙박지나 식당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가급적 캠핑도 준비해가는 것이 맘 편하다.

(좌) Jura trail, (우) Europe Trail (GR 5)   출처: Komoot


그런데 위 두 코스들은 FRA로부터의 교통편이 안좋기도 하고, 인적드문 야생에서 먹고자고 하려면 캠핑용품을 챙겨야 하는 데 열흘도 안되는 일정에 그렇게 준비하기는 부담스러워서 그냥 포기했다. 어짜피 8월말에 다시 올 일이 있으니 투어링은 그때 하기로 마음 먹고, 이번에는 조금 편하게 트래킹을 즐긴다는 기분으로 Jungfrau region과 Lucerne을 선택했다.

2019년 가족여행중 Fist에서


덧붙이는 글

스위스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몇마디 덧붙인다. 인터라켄이나 융프라우는 들어보셨을 것이다. 인터라켄은 사실 볼 게 별로 없다. 융프라우 지역(Jungfau region) 산 밑의 평지 도시인데, 대도시에서 들어와서 산악열차로 갈아타는 거점 역할을 할 뿐이다. 융프라우는 유럽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그 옆으로 묀히, 아이거 산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 셋중 제일 높기도 하고, 인터라켄 동역(Interaken Ost)에서 시작하는 산악열차의 끝이라서 유명해진 것이다. 실제 융프라우 산꼭대기까지 가려면 취리히나 베른, 제네바에서 인터라켄 동역에 온 다음 다시 산악열차(열차 종류가 다르다)를 타고 그린델발트, 멘리히, 클라이네샤이넥 역을 차례대로 거쳐서 올라간다. 이 글에서 계속 언급하는 그린델발트는 인터라켄에서 올라온 산 중턱의 도시(지역)로 일종의 분지인데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중간 경유지이기도 하지만, 피르스트라는 유명 관광지로 올라갈 수도 있고, 반대 방향의 멘리헨을 넘어서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벵엔-라우터브루넨-뮤렌이라는 골짜기(?)로 이동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나처럼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곳을 거점으로 이곳 저곳 돌아다닌다.

스위스 여행이 다소 복잡해보이는 이유가 산 위에 주요 관광지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평지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산 중턱의 도시로 간 다음, 거기에서 다시 곤돌라, 푸니쿨라,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다시 올라간다. 결국 대도시 기차역(베른역, 루체른역)에서 평지 거점 기차역(인터라켄 동역, 슈탄스역)으로 간 다음 거기서 다시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을 타고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에만 최소 3차례, 많게는 4~5차례 교통편을 갈아타야 한다. 이것은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이나 이탈리아 돌로미티 지역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체감상 스위스가 좀 더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교통비도 더 비싸다. 막상 산악열차나 푸니쿨라를 타보면 '아, 이래서 비싸구나'하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몇십만원의 가격 때문에 찾아가기를 망설이신 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하고 비싼 것을 감안하더라도 스위스는 충분한 가치를 한다. 아직 프랑스와 슬로베니아쪽 알프스는 가본 적이 없지만 내가 다녀본 알프스 중에서는 스위스 자연풍경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Grindelwald에만 수십여개의 보석같은 트래킹 코스가 있다. 피르스트에서 바흐알프제까지 가는 코스나 멘리헨역에서 클라이네샤이덱까지의 33번 코스는 많이 알려져 있으나 그 외에도 난이도나 이동거리에 따라서 수십여개의 코스가 있다.

jungfrau region trekking map  출처: 스위스관광청


https://youtu.be/o5dnEAsU3YQ?si=1n5WiT85cdTt69-H

출처: 베베로렌님 유튜브


그린델발트는 Jungfau region 트래킹의 중심지이다. 여기서 피르스트, 아이거, 멘리헨으로 갈 수도 있고 조금 무리를 한다면 벵엔,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 그냥 그린델발트 동네 한바퀴 도는 코스들도 십여개가 있는데 그곳들도 하나 하나가 다녀본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자신이 체력에 자신있고 모험가적인 성향이 짙다면 아이거 북벽까지 가볼 수도 있지만 가볍게 동네 산책 나가는 기분으로도 얼마든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동네가 그린델발트이다.


비교적 쉬운 Jungfau region에 비해서 Lucerne 지역의 트레일들은 공부가 필요하다. 루체른은 카를교나 빈사의 사자상과 같은 도심 내에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지만 유명 트래킹 코스까지 가려면 교통이 복잡하다. 리기산(1번)이나 필라투스산(2번)을 가보신 분들은 교통편을 적어도 3번은 갈아탔을 것이다. 복잡한 것도 복잡한 것이지만 3번의 교통편 중 하나(푸니쿨라나 케이블카) 타는 비용이 근 10만원에 달하면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악한 물가를 피해갈 방법은 있다. 트래블패스나 세이버데이패스를 잘 살펴보면 가고자 하는 코스가 무료로 포함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리기산은 루체른 지역 트레일 중에서 제일 유명하고 가본 사람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장소이다. 호수를 가로질러 베기스나 비츠나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기차를 타고 골다우로 가서 리키쿨럼으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루체른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하이커들에게 유명한 곳으로 Stanserhorn(3번), Engelberg(4번), Stoos(5번)도 있다. 유튜브에서 각각의 이름을 검색해본다면 '스위스 산 = 체르마트나 융프라우'로만 알고 있던 편견이 깨질 것이다. 하이커들에게 천국같은 곳이라지만 일반인들도 푸니쿨라나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갈 수 있다. 대부분의 하이커들도 기차역에서 푸니쿨라/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의 역에 도착한 다음 거기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한다. 거기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쉬운 코스와 하이커들이 가는 다소 어려운 코스가 나눠진다.


https://youtu.be/46DbAPbzv_E?si=amQnGDjgq88wR_xs

출처: swissaround


6번의 츄크 슈비츠 지역도 주요 스위스 트레일 2개가 교차할 정도로 유명한 지역이다. 나는 리기산과 Stoos를 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슈비츠 지역도 트레킹 게획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2019년 유럽 여행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트래킹이나 자전거로 알프스를 올라오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차로도 겨우 올라오는 무슨무슨 패스에 낑낑대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나중에 저 모습으로 꼭 돌아와야겠다 마음 먹었다. 코로나로 인해 못하고 있다가 올해 비로소 하려고 하고 있다. 아직 못가본 유명 박물관/미술관/건출물들도 많지만 일단 시작은 알프스이다.  


2019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이후 스위스의 물가는 사악하기 그지없다. 유럽 대부분이 그렇지만 스위스 물가가 유독 무섭게 체감되는 것은 숙박/음식/교통 어느 하나도 수위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리라. 스위스 내에서의 교통은 비싸기 그지 없으나(그나마 saver day pass가 나은편), 다른 국가에서 스위스로 이동할 때에는 여러가지 꼼수가 있다.

스위스 트래블패스 가격.  출처: 스위스 관광첯


가령 독일 국영철도(DB bahn)로 3개월전에 예약을 하면 50% 이하의 할인을 해주며, 중간에 Stopover를 무료로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배우 문가영님의 고향이기도 한) 카를스루헤를 잠깐 들렸다가, 인터라켄동역-그린델발트역까지 가는 기차편이 지금은 60유로 밖에 안한다(1등석). 베른이나 취리히 같은 '경로 가운데 있는' 스위스 도시들도 Stopover가 가능하니 잘만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DB bahn에서 내가 예약한 기차편. 오디오 매장에 들리기 위해 카를스루헤를 stopover한다.  출처: DB bahn



열흘동안 매일같이 트래킹을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올레길을 거의 돌아봤다지만 등반고도나 난이도 면에서 알프스 트래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달 전부터 운동 강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어제도 오후 반차를 냈다가 19km 가량을 걸었다. 그제는 충무로에서 동료 직원들과 저녁 먹고 헤어져서 약수역까지 걸어갔다.

(좌) 1/19일 금요일 기록, (우) 1/18일 엠베서더서울 호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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